범죄심리학 개척 장병림 명예교수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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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의 심리학자 1세대로 심리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장병림(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오전 9시 11분 별세했다. 96세.

 1918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소학교를 마치고 북간도의 은진중학교에서 윤동주·문익환·문동환 등과 함께 공부한 후 함흥 영생고보를 졸업했다. 그 후 일본 도쿄의 메이지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48년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55년 이후 모교 교수로 봉직하면서 범죄심리학·성격심리학·정신분석학 등 여러 분야의 심리학 교재를 집필했다. 고인의 ‘범죄와 사회비행’ 강의는 서울대 대형강의실에서 진행될 정도로 수강생이 많았다.

 거짓말 탐지기 등을 활용한 과학적 수사 방법의 발전에 기여했고 비행 청소년 지도 등을 통해 심리학적 지식을 일상생활에 응용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김창룡 육군 특무부대장 피살 사건 등 중요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범죄심리학적 추리를 통해 수사에 단서를 제공했다. 아직 성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성적 욕망이 인간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방송과 언론매체에 자유롭게 밝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예계영씨와 딸 혜란(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미란(YWCA연합회 실행위원)씨, 사위 김인겸(㈜경방 타임스퀘어 부사장)·정수복(사회학자·작가)씨가 있다. 빈소는 강북삼성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8시. 02-2001-1096.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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