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5개월 남았는데 … 부산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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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17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숙소와 김해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 등 인프라(기반시설)가 부족해서다. 정부와 부산시가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같은 기간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준비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숙소
정상들 묵을 방 10개 공사 중
CEO용 객실은 절반쯤만 확보

◆ '부산은 공사 중'=부산에선 요즘 부산롯데.코모도.해운대그랜드 등 10개 호텔이 내부를 개조하고 있다. APEC 각국 정상이 머무를 최고급 객실(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1개국 정상이 오는데 부산 일원에서 정상들이 머무를 만한 객실은 11개뿐이다.

이 때문에 10개 호텔이 정부와 부산시의 요청에 따라 객실 2~4개를 터서 잇고, 집기도 최고급으로 바꾸는 등 정상용 객실을 만드는 중이다. 이 같은 공사에 2억~4억원이 든다. 한 호텔 관계자는 "여름이면 일반 객실은 모자라 난리지만 최고급 객실은 1년에 한두 번 손님이 드는 게 고작이어서 손해가 불 보듯 하다"고 말했다.

◆ CEO들 숙소 부족=전경련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일본 등 15개국이 약 870명의 기업 최고 임원을 초청해 달라고 추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셰브론텍사코.HSBC.후지제록스 등 하나같이 세계 초일류 기업이다. APEC 21개국에서 모두 요청이 올 경우 그 규모는 1000~12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대표단용을 제외하고 CEO용으로 정부가 배정한 숙소는 700여 실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중 200여 실은 등급이 떨어져 CEO들에게 묵게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전경련은 고심 끝에 최근 울산.창원에 추가 숙소를 확보하고, 셔틀버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시간 정도면 부산에 오갈 수 있어 큰 지장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 호텔이 모자라는 등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나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APEC 준비단 측은 "호화 유람선(크루즈)을 빌려 해상 호텔로 활용하는 방안도 한때 고려했으나 빌리는 비용이 수십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항
대형 전용기 10대 둘 곳 없어
이·착륙 지연 … 회항사태 우려

◆ 공항도 문제=외교통상부 산하 APEC 준비기획단 등은 정상 전용기 23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B-747 등 대형기는 13대이나 김해공항의 대형 기종 수용 능력은 3대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상들의 대형기를 국내 다른 공항에 옮겨 놓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CEO들이 타고 올 전용기에 대해서는 아직 대책이 없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김해공항에 하루 평균 140편의 정기 항공기 외에 정상 전용기, CEO들의 비행기까지 APEC 기간에 몰리면 이.착륙 지연이나 회항 사태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식사>
호텔식당 정부대표단이 선점
외국 CEO들 벌써 식사 걱정

◆ 정부 지원 절실=식사도 큰 문제다.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전경련 부회장)은 16일 이해찬 국무총리와 전경련 회장단의 간담회 자리에서 "부산에 올 외국 CEO들이 식사를 걱정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식당은 정부 대표단이 대부분 선점할 것이어서 CEO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그런 얘기를 처음 들었다.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고 전경련 조건호 부회장이 전했다.

APEC 기간 중 열 계획인 문화예술 공연과 정보기술(IT) 전시회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와 앞선 IT 기술을 세계에 알리려고 행사를 준비했으나 공연에만 극히 적은 예산이 배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뿐 아니라 지난해 제출했던 APEC 준비 예산 신청분이 전반적으로 대폭 삭감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APEC 기간 중 세계 각국 CEO 등을 대상으로 한국 투자 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APEC 회의는 부산이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자리"라며 "성공적인 개최와 해외 투자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권혁주 기자

*** 바로잡습니다

6월 22일자 1면 'APEC 5개월 남았는데…부산의 고민'기사에서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는 11월 18~19일이 아닌 14~17일로 변경됐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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