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부동산서 증시로 돈 물꼬 튼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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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시중 부동자금의 물꼬를 증권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죄는 대신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가는 자금에 대해선 세금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특히 은행 적금처럼 일정금액을 꾸준히 장기간 주식에 투자하는 '장기(5년 이상)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경우 세금을 깎아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증시로 부동자금을 유도해 주가가 급등하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1일 "8월 말 발표할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의 한 부분으로 부동자금을 증시나 펀드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 적립식 펀드에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도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20일 조찬강연에서 "일률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 회복에 좋지 않다. 증시 등으로 자금이 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증시.펀드로 자금 유도=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부동자금을 차단하는 확실한 방법은 한국은행이 나서서 시중자금을 환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금리가 급등하고,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 한 부총리의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자금을 증시나 펀드로 유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 적립식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이 아닌 5년, 10년 후를 대비한 경우가 많아 이런 상품에 세제 혜택을 줘야 더 많은 돈이 증시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저금리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대비 상품으로 부각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최근 투자 흐름이 단기에서 장기로, 직접투자에서 펀드로 바뀌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세제 지원이 최선의 대책이란 것이다.

박병주 증권업협회 이사는 "과거에 비해 주가가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이 아닌 5년, 10년 후를 대비한 경우가 많아 장기 적립식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면 증시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채권형 펀드에 이자소득세를 은행 예금과 같이 15.4%씩 물리고 있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증권사 임원은 "은행 예금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채권형 펀드는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데 이자에 대한 세금을 똑같이 부과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정부는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사모펀드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일반인이 영화.문화 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 중이다.

◆ 반론도 만만치 않아=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증시로 부동자금을 유도하는 것은 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 재경부 내에서도 나온다.

또 ▶장기 적립식 펀드에 세제 혜택을 준다고 부동산 시장에 몰린 부동자금이 빠져 나올지 효과가 불투명한 데다 ▶일정기간 비과세 상품을 파는 것과 달리 장기 적립식 펀드는 장기간 세수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유가 급등으로 주가가 급락한다면 증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정경민.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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