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자체정화」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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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협선거를 계기로 영화계엔 지금 정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정화 바람은 『영화인들은 오직 창작에만 전념해 그동안 영화계에 깊이 뿌리박힌 각종 비리를 이 기회에 추방하자』는 내용이다. 영화인들이 밝힌 영화계의 비리란 매수·모함·파벌조성·폭력등을 말한다. 정화의 바람은 비정상적으로 끝난 영협총회가 불씨가 됐다. 영협총회는 당초부터 문제를 안고 있던터에 선거마저 폭언과 퇴장속에 치러지자 급기야 큰불길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계가 정화되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움직임은 총회가 있었던 지난달13일 직후부터 비롯되어 26일에 있었던 감독들의 「감독선언」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감독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영화인들은 물러나고 또 비민주적으로 치러진 영협의 선거를 다시 민주방식으로 치러 영화인들의 의사가 자유롭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협의 이번 총회는 너무나 무리가 많았던 총회라 어떤식이든 새로운 수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화운동을 펴고있는 영화인들의 견해다.
시나리오작가들은 영협총회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나열한 진정서를 마련, 이미 관계기관에 제출했는가하면 원노 시나리오작가 최금동씨는 지난달 23일 『양심선언』이란 인쇄물을 영화인들에게 배포, 비정상적인 영협운영을 우려하며 영화인들의 슬기를 모아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6일에 있었던 감독들의 모임엔 이뜻을 찬동하는 53명의 감독이 「감독선언」에 서명, 그들의 각오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었다.
감독들은 『영협선거과정에서 보인 일부 영화인들의 추태는 예술인임을 자부하는 감독들에게 치욕과 흥분을 안겨주었다』고 전제, 『서울의 종로 한 복판에서 이같은 작태가 연출된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부정선거는 자유시민의 양심으로 용납할수 없다』면서▲관계당국이 영협총회를 인준할 때는 감독들은 영협을 탈퇴하고 ▲영협 탈퇴뒤에는 정의로운 영화작가 모임을 따로 만들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때 영협은 두쪽으로 갈라지며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되는셈이다.
거세게 일고있는 영화인들의 정화 회오리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영화인들의 관심은 높다. 다만 이 기회에 영화계풍토가 일신돼야 한다는것과 영협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본래의 업무에 충실할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편 26일 현재 ①비민주적행위추방 ②부정·불법행위추방 ③모략중상행위추방 ④폭력행위추방등을 내세우면서 감독선언에 서명한 감독들은 다음과 같다.
유현목 김수용 김호선 문여송 정인엽 김소동 이강천 이원세 이형표 이장호 장일호 강대선 강대진 강범구 노진섭 노세환 김 묵 고응호 김선경 김영걸 김영효 김응천 김인수 김정용 김종성 김준식 김성수 박 구 안지철 윤정수 박용준 박적범 박윤교 박종호 박호태 박철수 이경태 이성민 이영우 이정호 정일택 정노철 최경옥 최동준 최영철 최현민 편거영 하한수 홍 파 조문진 이희중 임권택 최하원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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