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으로 가는 우주 범선 21일 첫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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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태양빛의 압력으로 움직이는 세계 최초의 우주 범선 '코스모스 1호'가 21일 러시아 인근 바렌츠해의 핵잠수함에서 발사된다.

더 타임스는 20일 코스모스 1호를 장착한 로켓을 실은 델타 3 잠수함이 이날 러시아 무르만스크 근처 세베르모르스크항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코스모스 1호는 개조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탄두 대신 장착돼 발사된다. 이 범선은 거울 재질로 코팅된 두께 0.005㎜, 길이 14m의 얇고 딱딱한 돛 8개를 풍차 모양으로 달고 있다. 궤도에 진입해 돛을 편 다음에는 태양빛이 돛에 충돌하는 압력으로 항해한다.

잠수함에서 로켓이 발사된 20분 뒤 코스모스 1호는 824㎞ 상공 궤도에 오르게 된다. 이후 하루에 시속 313㎞로 속도를 높이며 더 높은 궤도로 이동한다. 이론상으론 100일이 지나면 시속 1만6093㎞의 속도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두께가 얇은 돛의 수명이 다해 한 달 뒤엔 지구로 떨어진다.

코스모스 1호는 러시아와 미국의 민간 컨소시엄이 개발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이 제작했으며 모두 4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민간 단체인 행성학회의 루이스 프리드먼 박사는 "태양빛으로 움직이는 돛의 핵심은 연료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행성과 행성,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먼 박사는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태양빛 돛 개발의 책임을 맡았으나 이 프로젝트는 비용 등의 문제로 무기 연기됐다.

신문은 "10년 이내에 태양빛 압력으로 움직이는 돛이 일부 우주선의 로켓을 대체할 수 있다"며 "위성 장착 레이저의 도움까지 합하면 명왕성까지 2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켄타우로스좌의 알파별까지는 1000년이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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