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 금융사로부터 잇단 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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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

금융회사의 불법 행위를 대대적으로 수사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엇 스피처(46.사진) 뉴욕주 검찰총장이 이제는 거꾸로 금융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스피처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낸 곳은 JP모건체이스와 웰스 파고 등 대형은행 11곳과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 이들이 소송을 낸 것은 지난 4월 뉴욕 검찰이 은행들의 대출 관행을 조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스피처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면서 흑인에게 백인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한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은행들은 뉴욕 검찰은 명백한 불법 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은행 대출 영업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다.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OCC도 "스피처가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피처는 "뉴욕 검찰은 은행들의 차별적인 조치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부기관인 OCC가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OCC가 소송을 낸 것은 부시 행정부가 소비자 이익보다는 기업 편을 들고 있다는 증거"라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스피처는 내년 민주당 후보로 뉴욕 주지사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은행들의 소송은 2001년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시작된 검찰과 금융감독 당국의 공세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하다.

검찰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은 엔론 파산 이후 기업 회계와 불법 거래를 엄하게 제재해 왔다. 지난해 SEC가 부과한 벌금과 추징금은 30억 달러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엔론 사건 이전인 2000년 4억8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스피처는 지난달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형사 처벌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검찰과 감독 기관이 기업을 너무 엄하게 처벌해 투자와 영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하고 있어 스피처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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