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장물 취득 범죄 처벌 조항이 두 개 위헌법률심판 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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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모(29)씨는 택시기사로부터 분실 스마트폰을 사들여 해외에 판매해오다 지난 5월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이 상습적이라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장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부장 임복규)는 고민에 빠졌다. 형법에도 동일한 범죄를 처벌하는 상습 장물사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개의 법률은 형량에서 큰 차이가 난다. 특가법을 적용하면 형량이 무기징역이나 징역 3년 이상인 반면 형법의 형량은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다.

 재판부는 22일 “해당 특가법 조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범죄에 대해 형법으로도, 특가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면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분실된 스마트폰 58대를 사들인 혐의로 특가법이 적용된 최모(38)씨는 지난 6월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스마트폰 60대를 매입하고 폭행 혐의까지 더해진 김모(30)씨는 형법을 적용받아 형량이 징역 10월에 그쳤다. 재판부는 “똑같은 범죄에 대해 무거운 형과 가벼운 형을 검찰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거나 항소를 포기하게 하는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가법은 형법이나 개별 법률을 위반한 범죄자의 혐의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중할 경우 가중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뇌물죄가 대표적이다. 공무원이 받은 뇌물이 3000만원 이하라면 형법을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그 이상을 받았다면 특가법을 적용해 최고 무기징역(1억원 이상)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부 특가법 조항의 경우 형법이나 개별법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위조화폐범의 경우 형법은 무기 또는 2년 이상, 특가법은 사형·무기·5년 이상으로 형량에 차이가 있지만 언제 어떤 법을 적용할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자기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른 경우도 산림보호법(10년 이하)과 특가법(무기 또는 5년 이상)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마약 밀수업자를 10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 특가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마약류관리법에 5년 이상으로 처벌토록 한 조항이 있어 형벌 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었다”고 밝혔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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