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병, 부대 전원 몰살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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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동민(22) 일병은 부대원 전원을 몰살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철수(준장) 육군 합동조사단장은 20일 김 일병의 전방 소초(GP) 총기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김 일병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7일 범행을 마음먹었다. 취사장에서 하수구를 뚫던 신모 상병이 "×××야, 고참이 물 퍼내는데 보고 그냥 가느냐"는 등 두 차례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김 일병은 19일 오전 2시30분 다음 근무자를 깨운다며 수류탄 1발과 탄창 2개를 갖고 내무반으로 갔다. 3분 뒤 내무반에서 정모 상병의 K-1 소총을 훔쳐 화장실에서 탄창을 장착했다. 김 일병은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 중의 한 사람인 이모 상병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그러곤 체력단련장에서 나오는 소초장 김종명(학군 41기) 중위를 사살했다.

총소리를 듣고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상황실을 나오다 총격을 받은 후임 소초장은 2시39분에 "나도 공격을 받았다. 피아 구분이 불가하다"고 연대 상황실에 보고했다. 김 일병은 취사장에서 조모 상병의 하복부를 쏜 뒤 다시 확인 사살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총을 난사했다.

또 2시45분에 전방 소초로 이동해 또 다른 이모 상병에게 사격하려 했으나 실탄이 떨어져 미수에 그쳤다. 그는 태연히 자신의 후방 소초로 돌아갔다. 후임 소초장은 2시44분 상황병들과 내부를 순찰하기 시작했으며 3시에 대대장에게 부상자 상황을 보고했다. 김 일병은 격리된 상태에서 동료들의 추궁 끝에 자신의 소행을 자백했다.

한편 총기사고 희생 장병 유족들은 이날 육군 헬기 편으로 경기도 연천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총기 사건 원인은 상급자의 괴롭힘이라기보다 (가해자인) 김 일병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었다"며 국방부의 철저한 보강수사와 전방 GP 응급조치 개선 등을 요구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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