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 금고 빠져나온 뭉칫돈, 아파트단지 상가로 들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2%대의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시중의 뭉칫돈이 상가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분양 현장에 몰린 투자자들이 상가 투자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자산만 수십억대인 자영업자 강모(62)씨는 지난달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20억원을 빼내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 받았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상가만한 투자 상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 씨는 “말도 안 되는 예금 금리에 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적어도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상가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요즘 시중의 뭉칫돈이 상가시장으로 흘러 들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위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상가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배후수요가 많아 안정적인 도심 속 아파트단지 내 상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상가시장 온기는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9월 경남 진해 자은3지구에서 내놓은 단지 내 상가 5실에는 총 140명이 몰렸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분양한 서울 송파 문정역 테라타워 상가 3차 역시 10개 점포 모집에 624명이 신청해 평균 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에서 나온 송파와이즈더샵 상가도 최고 4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 시작 4일 만에 완판됐다.

 일부 인기지역 단지 내 상가에는 프리미엄(웃돈)까지 붙었다. 아이파크 애비뉴 등의 송파 위례신도시 상가는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웃돈이 형성됐다. 인근 문정지구 상가도 평균 3000만~4000만원의 웃돈을 줘야 한다.

연 5∼6%대 수익률에 뭉칫돈 몰려

상가에 대한 인기는 경매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입찰자가 늘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이 치솟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인 스토리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65.4%였던 수도권 상가 경매 낙찰가율은 9월 69.6%로 뛰었다. 상가 당 평균 응찰자 수도 2.8명에서 3.2명으로 증가했다.

 시중 뭉칫돈이 상가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은 저금리 영향이 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1% 수준이다. 세금을 빼고 나면 사실 상 ‘제로(0)’ 금리다. 이처럼 은행 예금 금리가 바닥을 맴돌자 연간 5∼6%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유망 상가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상가 인기의 또다른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상가 투자수익률은 1.66%로 1분기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5.65%의 임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1년 6.66%였던 연간 상가 수익률은 2012년 5.25%, 2013년 5.18%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 5.65%(전년 동기 대비)로 높아졌다.

 경쟁 상품인 오피스텔 수익률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은 공급과잉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5.5%에 그쳤다. 2012년 5.88%에 비해 0.3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2011년 1분기 6.16%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권리금 부담 없는 신규 단지 상가 유리

베이비부머 창업이 늘면서 상가 수요가 증가한 것도 상가 인기 이유다. 상가 시장 활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은행 금리가 사실상 ‘제로(0)’ 상태이다보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에 대한 관심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상가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상가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배후수요가 고정적으로 확보된 곳인지 따져봐야 한다.

신도시 개발 잠정 중단 방침에 따라 희소가치가 커진 도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에서 분양하고 있는 덕수궁 롯데캐슬 뜨락 상가 같은 경우 시청과 서대문 상권을 아우르는 입지에다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희소가치가 커 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가급적 권리금 부담이 없는 신규 상가를 분양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