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화로 北核 해결'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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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미.중 3자회담과 관련한 통화 내용은 북한 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확인한데 의미가 있다.

북한이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음에도 외교적 해결 기조를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와도 통화를 하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직접 걸어와 공식적인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한 의미도 적지않다. 북핵의 외교 해결 기조와 다른 미 강경파의 강성 발언이 흘러나와도 이에 휘둘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번 3자회담이 유용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앞으로도 3자회담이 계속 열릴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회담 논평에서 "회담이 결렬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고, 중국도 회담 지속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盧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화의 형식보다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일단 한국의 참가보다 3자회담에서의 진전을 바란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3자회담에 대한 평가는 또한 북한측 제안에 검토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문제와 북ㆍ일 국교정상화 문제까지 언급한 점은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는 풀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핵 개발만큼이나 견제해 왔고, 북ㆍ일 국교정상화 때는 북한이 1백억달러 상당의 경제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북핵 불용납'의 원칙을 확인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핵 재처리 강행 등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는 안된다는 경고라 할 수 있다.

한ㆍ미 양국 정상의 이번 통화에 따라 양국은 앞으로 일본 정부와 더불어 북한이 제안한 포괄적 일괄타결안을 집중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5월 초 한ㆍ미ㆍ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열어 북한 측 제안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한 뒤 5월 14일의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3자회담은 5월 말께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의 3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기조에 미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 북한 핵문제를 다룰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북한도 안보리 논의에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북ㆍ미 간 협상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북한 측 입장은 미국의 우려사항인 핵 포기와 미사일 수출 중단 및 시험발사 동결과 북한의 요구사항인 체제 보장, 경제제재 완화, 북ㆍ미 관계 정상화를 묶어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것이지만, 미국은 선(先)핵포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측 제안은 미국 측이 요구하는 선 핵폐기와는 달라 미국이 이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북.미 간에 절충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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