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소설」 명칭 어색…주제·시간대 안 맞아<『약속의 땅』>|품목 알맞게 선정…진행자 매너·화법 호감<『오늘의 요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KBS 제 1TV의 일일연속극 『약속의 땅』(나연숙 극본)은 탄광촌을 무대로 팔도에서 몰려든 가난한 사람들의 얘기다.
이 드라머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소설」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지어낸 말이다. 연속극에 왜 이런 용어를 꼭 써야하는지 궁금하다.
색채의 영상미는 컬러화면에서 의미가 크다. 컬러 TV의 보급률이 15%에 불과하고 지방의 흑백수상기 화면에는 그나마도 색채효과가 엉성한 판국에 영상미를 앞세울 일이 아니다.
②8시대의 연속극의 주시청자는 주부들이다. 그래서 이 가정주부들에게 일어날 수 있거나, 혹은 할 수 있는 일(일상성)이 공통성을 지닌(사회성) 소재였을 때 관심을 집중시킨다.
탄광지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유별스런 상황들이 이런 요소들을 최대 공약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③TV화면은 소극장이 아니다. 영화 속의 불우한 히로인을 동정하여 눈물짓는 식의 관람패턴과 달라, 시청자는 드라머를 통한 대리경험으로 공감하고 재미를 느낀다. 이 드라머에선 접대부의 애환이 드라머의 축이 되는데 거기에서 주부들이 투영된 자기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④연속극은 현실적인 사건의 전개도 중요하지만 나이·성별·학력·직업·생활수준의 차이를 떠나 폭넓은 시청자 층에 골고루 흡인시키고 소구하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은 볼륨이 있어야 한다.
중류계층을 기준으로 삼는 드라머가 성공을 거둔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쓰린 과거만을 가진 사람, 엉성한 인품을 지닌 사람, 생활이 궁색한 사람들만으로 짜여진 이 드라머가 시청자의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는가.
⑤특히 연속극은 사회정세를 반영할 때 성공할 수 있다. 80년 초 세계적 불경기와 국내의 어려운 사정들은 국민생활의 큰 불안요인이 되었었다.
이런 때에는 가난하지만 체념하지 않고 서로가 위로하며 도와 가면 밝은 날이 온다는 식의 주장을 담은 테마가 적절하다. 『달동네』가 큰 인기를 모은 배경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대에 대응하는 활성 있는 기획감각이 없다.
⑥선진국의 경우 석유파동 이후 사회가 음울하고 불안했던 때, 사회 고발성이 짙은 이른바 뉴저널리즘적 수법이 TV 드라머에서 빛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서서히 경제가 안정되면서 부터는 이런 기법이 통하지 않는다.
걸핏하면 내놓는 특집 드라머나 단막극 감으로 안성마춤인 소재에다 궁벽스런 현장의 궁상맞은 상황설정의 연속극을 골든아워에 방영하는 것은 TV가 시대사정을 비추는 거울이란 점에서도 재고되어야한다.
○‥MBC-TV의 『김영란의 오늘의 요리』는 여러모로 뛰어난 프로다. TV의 생활정보전달기능이 제구실을 한다거나 요리감으로 삼는 품목들이 누구나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시청심리를 돋우는 까닭도 있지만 출강자의 저항감 없는 매너와 겸손한 화법 등도 큰 몫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칠 점도 있다. 다른 프로에서도 그렇지만 출연자들이 시각효과를 노린 지나치게 현란한 옷차림은 컬러화면인 경우 오히려 시청자에게 산란감을 줄뿐더러 용모까지도 깎는 역작용도 한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차림으로 정결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면 될 것 같다.
신규호 <방송 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