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친정부모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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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스스럼없이 지내신다>
이미 출가한 입장에서 친정 일은 내 집안일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느낌을 갖게된다. 그래서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도 할까말까 망설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도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내 부모님 모시고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시부모님에게도 어딘가 모르게 두려움·조심성이 생긴다.
친정부모님에게 하듯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해야하는데 하고 생각은 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 시어머님께서도 시누이 집에 자주 가신다.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가고 나면 조용한 집에서 며느리와의 대화는 거리감 없는 딸과의 대화보다 재미가 적으신 모양이다. 아들이 모셔야한다라는 철칙을 고수하기보다는 노인들의 남은 여생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전제가 우선돼서 딸이라도 여건이 괜챦다면 부모님을 모셔도 좋겠다.
김영경(주부·35·대구시 남구 대명동 7구 1895의 17)

<부모는 딸에게도 부모>
부모는 아들에게만 부모가 아니다. 당연히 딸에게도 부모이며, 부모님을 모시는데 아들만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라 생각된다. 딸은 출가외인이라고만 생각한 조상들의 굳어진 관념도 그렇고 아들선호사상의 강조도 그렇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명백하게 취해야할 관점에서 보면 올바른 충효사상을 고취하고 생활여건과 입장을 고려, 딸·아들 아무나 부모를 모시도록 고취하는게 옳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될 때 국가에서 실시하는 가족계획도 자율적으로 실시될 것이고 모든 생활관습에서도 합리적인 제도만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옥자(37·서울 마포구 공덕1동 42의 1)

<모시기는 여자가 낫다>
집안식구들이 둘러앉은 아침밥상에서 친정부모 모시기가 화제가 되었다. 집사람은 『부모 모시는데 좋고 싫고가 어디 있어요』였고 또 25된 딸아이는 「나는 친정부모 모시기가 쉬울 것 같아요. 이 밥상 앞에 남자하나만 더 끼워진 셈이 되니까요』였다. 사실 따지고 보니 시어머니 눈치를 살피며 대답한 집사람 얘기나 딸아이의 대답이나 비슷한 것 같다.
「모신다」는 말 자체가 웃사람 옆에 가까이 있어 조심하여 받들거나 살핀다는 뜻이고 보면 사회생활에 바쁜 아들이 부모님을 모실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어른을 모시는 일이 여자의 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시부모님보다는 친정부모가 모시기도 쉽고 당신들께서도 편안하시리라 생각된다.
김이만(공무원·42·경남 진양군 대평면 당촌리 78 사평부락)

<고부문제 등 없어질 것>
결혼한지 1년된 신혼부부로서 얼마 전 아내와 상의하여 처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도시사회의 핵가족화 현상으로 인한 부모 부양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적지 않은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모는 장남이 모셔야한다는 관습에서 벗어날 때도 된 것 같다.
장남이 부모를 모실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을지는 모르나 실제로 친정부모를 모시고 보니 첫째 고부간의 충돌이 없고, 둘째 노인들의 뒷바라지를 딸이 직접하게 되니 딸이나 부모님이나 밝은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 남자는 남자대로 항상 밝은 가정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아내에 대한 믿음이 더해진다고 생각된다.
고환택(사업·27·성남시 단대3동 531의 42)

<정겨움은 훨씬 더 하다>
나의 경우 친정부모나 시부모 아무도 계시지 않아 부모님들의 충고나 꾸지람·사랑이 그리울 때가 많다. 그래서 주위의 가정들을 유심히 보게되는데 마침 친정부모를 모시는 가정과 시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가까이 있어 내 나름대로 비교할 수가 있었다.
며느리의 인품이 아무리 착하고 선하다해도 고부간의 갈등은 없을 수 없는게 사실이고 친정부모를 모시는 집은 항상 웃음꽃이 피는 화목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사위에 대한 장모의 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고 혹시나 사위와 딸이 다투게되면 사위 편을 들어 딸을 나무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위는 사위대로 장모님께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정겨움이 풍기는 것이다.
손선아(주부·34· 서울 용산구 후암동 101 미주아파트 3동 307호)

<아들 선호경향 고칠 때>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운동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싯점에서 아들 선호경향도 상당히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장남이 부모를 모셔야한다는 관습도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친정부모의 입장에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주고받는 정이 애틋한 딸에게 노후를 의지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딸 입장에서도 격식이나 갈등 없이 편한 마음으로 부모를 모실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남편에게도 보다 더한 정성과 애정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구승연(인천시 남구 간석동 주공아파트 52동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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