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국내개발·이용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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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에 로보트 산업이 꿈틀대고 있으나 아직 봄을 맞기에는 이른 것 같다.
로보트는 고도의 전자·기계·설계 등이 복합된 기술의 집약체로 전반적인 기술수준이 높아야만 만들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산업계가 로보트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국내기술이 성장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현재 국내에서 산업 로보트 개발에 관심을 갖고있는 회사는 삼성정밀·금성통신·대우중공업·국제전광사 등으로 초보단계의 로보트를 개발, 시험가동 중에 있다.
국내에서 첫 로보트가 제작된 것은 79년 과학기술원 변증남 박사팀에 의해서였다. 이 로보트는 순전한 자체 제작으로 우리도 로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와 더불어 기아산업 등 산업체에서 하나 둘 산업 로보트를 도입하면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국내에서 개발된 산업 로보트는 단순 반복작업을 대신하는데 훌륭히 쓰이고 있다.
금성통신이 개발한 「골드핑거 200」은 회로판에 자동으로 구멍을 뚫는 로보트로 기억시켜준 칫수에 따라 작동한다.
이 로보트는 고정 시퀀스형으로 로봇 발전단계에서 보면 아직 걸음마단계다.
국제전광사도 지난해 자동선반기와 연결되어 시계부품을 가공하는 소형 로보트를 제작한바 있다.
대우중공업·삼성정밀 등도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통한 로봇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로보트 산업계가 겪는 애로점은 고도의 전자기술이 집적되는 제어부문이다. 제어부문은 로보트의 두뇌에 해당하는데 반도체인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이루어진다.
이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기 전에는 로보트를 개발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전자산업의 첨단국가인 일본이 산업용 로봇에서 앞서가는 것도 바로 제어부문의 개발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원 이봉진 박사는 『로보트의 개발은 결국 전자기술에 귀결되는 것으로 반도체와 컴퓨터의 기술수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 로봇 산업의 격차는 전자산업의 격차와 비슷한 10여 년쯤 뒤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뭏든 로봇 산업은 일단 점화된 상태로 전자공업의 발전과 병행해 급속히 발달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국내시장의 협소와 아직 로봇 가격이 인건비에 비해 비싸다는 점이 로봇 개발에 장애요소가 되고있다.
로봇 개발과는 별도로 몇몇 기업체는 산업 로보트를 도입해 쓰고있다.
국내에서 산업 로보트를 쓰고 있는 공장은 기아산업·금성통신·대우중공업·현대중공업·아남산업·금성계전·신영전기·반도스포츠 등 총 14대에 달한다.
이들이 로보트를 도입한 동기는 대개 ▲품질관리 ▲단순작업대치 등인데 아직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공정에서 차지하는 로보트의 작업량이 미미하고 로보트가 24시간 완전 가동하는 체제가 안 돼 있기 때문.
기아산업은 지난 79년 5월 2대의 산업 로보트를 대당 7만 5천 달러씩에 도입, 4년째 차체용접에 쓰고 있다. 이 회사 문기억 이사(46)는 『당시 비싼 가격으로 로봇을 구입한 것은 경비절감효과보다는 품질관리를 위해서였다. 차체제작의 마지막 공정에서 로보트를 쓰기 때문에 선행공정이 균일하고 정확해야만 한다』고 로봇 이용의 한계를 지적했다. 기능공과 로보트가 같이 일할 때 정밀한 선행 공정이 이루어져야만 로보트가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기아산업의 용접용 로보트는 소형화물트럭(복서)의 문짝 접착부를 용접하고 있는데 기능공 3명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종인 차장(39)은 『자동차업계의 불황으로 하루 8시간밖에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로보트의 잇점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동안의 순조로운 작동으로 시범용으로는 성공했다』고 말한다. 기아산업의 로보트는 기억시켜준 수치에 따라 움직이는 가섭형시퀀스 타입.
이런 국내의 컴퓨터보급은 당분간 경제성이라는 측면보다는 안전성 면에서 조금씩 확대될 전망이다. 용접·추물·도장 등 작업환경이 좋지 않은 직종은 인력대체 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생활조건의 향상에 따라 부적절한 작업환경은 노동자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생산성향상·원가절감이라는 로보트가 갖는 진정한 의미의 고용효과가 전산업계에 파급될 때 로봇 보급은 급진전, 붐을 이루게 될 것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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