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세계여성학 서울대회] 코스 세계여성학회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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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 일할 때 아저씨들은 뒷짐만 지고 있던데요."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참석차 방한한 에르나 코스(53.여.사진) 세계여성학회 대표가 한국 농촌 지역 여성들을 보고 느낀 점이다. 그녀는 대회 시작 3주 전에 한국으로 건너와 곳곳을 돌아다녔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던 그녀는 제주도에 가서 1653년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표착한 곳을 둘러보고 전남 보성에 가서 차밭을 거닐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시골의 조그마한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그를 맞은 아줌마들이었다. 그녀는 "하나같이 '뽀글뽀글' 파마를 한 아줌마들이 뛰어나와 계산을 할 때 아저씨들은 방안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부심에 가득 찬 젊은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여성이 전업주부를 지향하는 모습이 이채롭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여성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는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는 ▶아시아에서 대회가 열리지 않았고▶한국이 대회 유치에 적극적인 점 등을 들어 한국 대회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녀는 "복잡하고도 역동적인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여성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코스는 1969년 유트레흐트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던 당시 네덜란드 최초의 여의사 빌헬미나 드러커의 이름을 딴 여성운동단체 '돌레 미나(미친 미나.Dolle Mina)'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낙태 합법화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여성 과학자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을 펴내기도 했다.

특별취재팀=문경란 여성전문기자, 홍주연.박성우.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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