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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세계여성학 서울대회] 아시아 여성운동 세계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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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여성학대회 개막
‘여성 유엔총회’로 비유되는 2005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의 막이 올랐다. 19일 오후 7시 경희궁에서 열린 전야제를 시작으로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79개국의 여성학자·여성운동가 2300명이 참가한다. 박종근 기자

▶ ‘갈등과 차이를 넘어 우리는 모두 자매!’ 19일 오후 7시 서울 신문로 경희궁에서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전야제에서 각국 여성들이 건배로 대회 개최를 축하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05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그것도 한국에서 열리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여성학의 중심축은 여성운동이 활발했던 서구였다. 여성학 연구의 대상도 백인 중산층 여성 문제가 주였다.

이번에 아시아에서 대회가 열린 것은 세계 여성계가 그동안 소홀했던 아시아 여성의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성계는 특히 한국 여성의 힘을 주목하고 있다. 장필화(이대 여성학과 교수) 대회 조직위원장은 "아시아권에서 우뚝 선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개최의의를 밝혔다. 그는 "70년대 말부터 여성학의 세례를 받은 한국 여성들이 학자.여성운동가.정책결정자로서 맹활약하며 성폭력과의 전쟁, 호주제 폐지 등을 추진해 온 데 대해 참가자들이 놀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학술위원장 김현미(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서구는 아시아를 유교적 가부장제와 가족주의로 규정해왔다"며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동질성과 나라별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 여성 전문가들 간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 여성의 전화는 21일 아시아에서 가정폭력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국.몽골.필리핀과 별도 심포지엄을 열고 각국의 경험과 해결책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지구촌 동서와 남북 간의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계를 넘어:동서남북'이란 주제에서도 이번 대회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대회 유치 활동을 했던 서강대 조옥라 교수는 "80년대엔 여성의 지위향상, 90년대는 세계화가 여성에 미친 영향 등이 주제였다면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평화와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양의 문화적 갈등과 남북의 경제적 빈부격차를 여성의 시각에서 조망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9.11 이후 여성에 대한 문화적 폭력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 여성 생태주의의 사회적 영향, 건강과 국가.개발에 관한 여성주의적 개입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토론 등이 주목할 만하다. 그 밖에도 '지구화와 성매매''성매매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운동과 정치학''군대에서의 여성' 등도 흥미있는 주제들이다.

특별취재팀

◆ 세계여성학대회는=세계 여성계 행사로 3년마다 열린다. 여성 학자들이 주축이지만 여성 정치인.여성운동가.정책결정자 등이 다수 참여해'여성 유엔총회'로 비유되기도 한다. 각국의 여성 문제가 소개되고 주요 관심사를 토론하므로 이를 통해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는 물론 각국의 여성정책이나 여성운동의 어젠다가 설정되는 자리다. 1981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개최돼 네덜란드.아일랜드.미국 우간다 등 각 대륙에서 돌아가며 열렸다.

특별취재팀=문경란 여성전문기자, 홍주연.박성우.박수련 기자

<moonk21@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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