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이 몰려온다] 11. 온라인 중고TV, 가격보다 신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불경기라 중고TV의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 중고 TV를 사는 사람은 주로 자취생인데 요즘에는 일반 가정은 물론 신혼집에서도 주문이 들어 온다."

가정.관공서 등에서 헐값에 나오는 중고 TV를 모아 수리한 후 온라인 장터인 옥션(www.auction.co.kr)에서 월 150~200대 판매하는 A/S전자의 김정언 사장(36.사진).

2000년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김씨는 "요즘은 판매가 늘어 좋지만 경기가 더 나빠지면 사람들이 새 TV를 사지 않아 중고 시장으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 우리가 팔 중고TV가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주택가의 1층 상가를 물류창고 겸 사무실로 쓰고 있는 그는 1대당 10만원이 넘는 25인치 이상만 팔아왔으나 최근 1대당 5~7만원인 20인치 이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 소형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김씨는 대형 가전점의 배송 기사 등이 수거해 오는 출시 5~10년 된 TV를 사들여 브라운관 등 주요 부품을 바꾸고 겉면에 칠을 한 후 판매하고 있다. 판매 가격은 신제품의 30~50%선이다.

서울 화양동에서 중고 가전제품 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온-오프 라인 판매의 성공요인이 다르다고 말한다. 오프 라인 매장에서는 판매원이 고객에게 말(설명)을 잘 해야 하지만, 온 라인에서는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중고제품은 단가 싸움이 아니라 신뢰도 싸움 "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중고 판매업자 가운데는 드물게 1년 무상 애프터 서비스(AS)를 실시하고 있다. 김씨는 "소비자가 가격이 싸다고 AS가 안되는 중고 제품을 구입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무상 AS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의 연식을 명시하고, 제품 사진이 너무 화려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중고 제품의 사진이 너무 화려하면 고객들이 오히려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크면 반품이 늘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질 수가 있어 사진을 전문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찍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제품 가격도 낮추기 위해 물량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직접 수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인터넷 상에서 중고 TV 가격은 지방 도매업자에 나가는 가격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지방에서 중고TV 소매를 하는 가게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영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