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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정장 입고 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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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캐주얼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다 실패한 개혁당 유시민(柳時敏)의원이 30일 정장으로 등원했다. 연한 쥐색 싱글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柳의원은 별탈없이 의원 선서를 마친 후 인사말에서 옷을 바꿔 입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어제 본인 때문에 의원선서를 못한 오경훈·홍문종 두 의원에게 미안해 정장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국회가 일터가 돼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었을 뿐”이라며 “여러 의원들이 퇴장까지 한 것은 좀 심했다”고 했다.

그는 또 다음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정해 함께 넥타이를 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이와 관련,柳의원 한 측근은 “예상보다 반발이 심해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남정호 기자

'복장 불량' 유시민의원 선서못해

면바지 登院에 "탁구치러 왔느냐"
민주 의원도 "TV토론땐 넥타이 매더니…"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4.24 재.보선에서 당선한 개혁국민당 유시민 의원이 한나라당 오경훈.홍문종 의원과 의원 선서를 하러 단상에 올랐을 때다.

의원들은 柳의원의 복장을 보고 술렁댔다. 柳의원은 흰색 면바지에 회색 라운드 티셔츠, 감색 상의 차림이었다.

한나라당 신영국.안택수.홍준표 의원 등이 "저게 뭐야""당장 밖으로 나가""품위를 지키지 않은 의원에게 선서시켜선 안돼. 내려 보내"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경재 의원은 "여기 탁구 치러 왔어. 운동장인 줄 아느냐.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고 소리쳤다. 조순형 의원은 "TV토론 사회 볼 때는 넥타이를 매놓고 왜 저러느냐"고 혀를 찼다.

박관용 의장이 "복장에 대한 국회의 관례를 의원에게 설명했고 해당 의원도 '알겠다'고 했다"면서 구두로 주의를 주었음을 설명하고 "오늘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며 선서 순서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상당수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본회의장을 나가기 시작했고 그 수가 수십여명에 이르자 결국 朴의장은 "여러분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서는 내일(30일) 아침에 다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장 문제 때문에 의원이 선서를 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유용태 의원 등은 "보좌관까지 지낸 사람이 국회 관례를 모를 리 없다"며 "의도적인 행위"라고 柳의원을 비난했다. 柳의원은 13대 국회 때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柳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기가 내 일터인 만큼 편한 복장이 좋다고 생각한 게 첫째 이유고, 국회 본회의장 전체가 짙은색 정장으로 통일돼 있는데 다 같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이런 차림을 한 둘째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고 해 미리 작정했음을 내비쳤다. 柳의원은 이어 "복장은 옳고 그름이 아닌 정도의 문제"라고 항변했다.

유럽의 경우 녹색당 의원들이 등원하면서 캐주얼 복장을 하고, 여성 의원들의 경우 회의장에서 뜨개질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논란이 된 일이 있다.

이날의 선서 불발 소동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복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국회의 경직된 사고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등의 柳의원 옹호 의견과 "편한 게 좋으면 아예 운동복을 입고 오라"는 비판이 교차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승희 기자

◇4월 30일자 5면 '복장불량 유시민 선서못해' 기사 중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여기 탁구치러 왔어. 운동장인 줄 아느냐'고 소리쳤다"는 부분에 대해 金의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당시 자신은 본회의장에 없었다고 밝혀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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