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카메라 기자 신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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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상정보·영상문화의 시대에 있어 영화·텔리비전·비디오 테이프·비디오 디스크 등 새로운 영상시스팀의 개발과 발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으로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나의 논리와 질서를 영상에 담기 위해서 관념과 감정의 공존을 위해 끊임없이 카메라는 움직여야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넓은 시야를 순간적으로 포착, 생생한 리듬으로 영상화되어야한다.
피사체를 두고 파인더에 시선을 모으면서 서서히 렌즈의 세계에 몰입한다.
시간 속에 움직이는 순간들을 영상으로 엮어내기 위해서 무비카메라기자들은 스스로와 카메라에 수많은 질문과 답변들을 던진다.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어떻게 얘기를 풀어나갈 것인가』 등등.
『누군가 해야될 일이라면 바로 내가 하자』는 신념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디오 카메라기자 신준희(24) 양.
『염려도 되고 신기하기도 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뭇시선들로부터 먼저 해방되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뻔뻔스러워 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를 실천과 책임의 완수라는 입장에서 의연하게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그냥 하고 있다고만 생각해 큰 부담감은 없습니다) 훌쩍 큰 키에 꾸밈없이 내뱉는 의욕적인 어투가 마냥 편안하게 느껴진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그녀는 작년 10월 MBC 17기로 입사, 아직 수습을 못 면한 초년병이다.
일반기자가 글로 내용을 표현함에 비해 카메라 기자는 순간의 커트에 승부를 걸고 있고 그래서 그녀는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눈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자의 눈」이 얼마나 증요한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 동안 그녀는 동양화전시회, 가톨릭 가요대상시상식, 영국통상장관기자회견, 날씨 등의 촬영에 시험적으로 접하면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사회의 분위기를 맛보기도 했다.
1차 시험에서 국어·영어·상식 등 필기와 카메라 실기를 무난히 합격하고, 2차 면접시험에 들어갔을 때 비데오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서 여자가 할 수 있겠느냐는 시험관의 질문에 『카메라만 보면 피가 끓습니다』라고 답변해 당당하게 합격했다는 후문은 지금도 「대단한 여자」로 소문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사실은 몸이 약해서 불합격될까봐 서너 개의 셔츠를 겹쳐 입고 높다란 구두를 신어 건장한 체구로 위장했던 비밀을 쾌활하게 털어놓는다.
어떤 사건에 접했을 때 그녀는 언제나 「왜 찍어야 되는가」라는 문제를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현장으로 달려간다. 전체적인 현장감→몇 분용인가에 대한 시간관념→한정된 시간 내에 전개와 클라이맥스·결론은 어떻게 압축해야 하며 시청자에게 던져줄 핵심은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등 일면의 과정을 구상하면서 카메라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에게 있어 2분용 겨울 날씨기사를 촬영하기 위해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한강변을 오르내리면서 붙잡은 살얼음 낀 겨울날씨 스케치는 서너달 동안 수습을 거치면서 해낸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다고 들려준다.
우리나라에 있어 카메라 기기의 변혁은 「작은 방송국」이라 불리는 녹화재생기인 VTR(Video Tape Recorder)가 보급되면서부터다.
이에 텔리비전에서도 16mm용 흑백필름에서 16%용 컬러로, 요즈음에는 현상이 필요 없는 비디오의 일종인 ENG(Electronic News Gathering)를 사용하게 되어 기자들도 재빨리 ENG카메라에 적용해야했다.
손잡이, 렌즈, 효과음을 녹음하는 마이크, 파인더, 몸체 등으로 구성되어있는 ENG카메라는 그 무게가 5.6kg으로 어린아이 둘 정도를 어깨에 맨 무거움을 느낀다.
여기에 조명과 오디오를 담당하는 레코드박스까지 합치면 12kg이 넘지만 대개 레코드박스는 보조자가 맡고 카메라기자는 ENG카메라로 촬영에 임한다.
웬만한 남자도 ENG카메라를 어깨에 메면 어깨가 무너져 내릴 만큼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하나 그녀에게 있어 카메라는 기계가 아니라 친구로 생각돼 취재에 나설 때면 개봉영화를 보러가듯 신기하고 재미있어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고.
78년 부산 동래여고 졸, 82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을 며칠 앞둔 신준희 양은 신금숙씨(47·운수업)의 외동딸. 작고 다루기 간편한 비데오 카메라가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애써 점잖은 몸짓을 짓는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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