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불명 김기춘 교체설 … 청와대 ‘여의도 풍문’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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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은행에서 일하는 직장인 임모(51)씨는 지난 주말 친구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사진)를 받았다. ‘받은 글’이라고 돼 있는 메시지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퇴임 임박한 듯”이라며 “김 실장이 보고하러 들어온 수석들에게 ‘후임 실장과 상의하라’며 자신의 퇴임을 기정사실화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놀란 임씨가 국회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확인해 보니 오래전부터 출처 불명의 이런 메시지가 SNS상에 떠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김 실장이 머잖아 경질될 것이란 출처 불명의 루머가 돌고 있다. 대부분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통되는 ‘카더라 통신’이다. 청와대 측은 줄곧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소문은 멈출 기미가 없다. 김 실장이 사의를 표시한 구체적인 정황, 후임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언론계 출신 A씨, 현직 장관 B씨, 친박계 원로 C·D씨 등의 실명도 돌아다닌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 인사는 21일 “김 실장이 이달 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다 자신의 거취 관련 루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파악해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일부 정치그룹이 의도적으로 김 실장을 흔들기 위해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야당, 그리고 김 실장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그룹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김 실장 거취와 관련한 루머는 급기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실장 교체설과 관련해 “루머 내용이 구체적이지만 구체적이라고 해서 진실을 담보하는 게 아니다”며 “루머 내용도 김 실장의 스타일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국정 운영에서 김 실장의 비중이 워낙 크다. 정부조직 장악력이나 판단·추진력 면에서 김 실장을 따라갈 참모가 없다”며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교체한다는 건 당분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 교체설은 ‘버전’을 달리해 가며 재생산되는 형국이다. 김 실장의 한 측근은 “김 실장이 개인의 안녕만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는 게 좋은데, 속사정도 모르고 흔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혀를 찼다.

 최근엔 정홍원 국무총리 교체설도 나돌기 시작했다. 정 총리가 주변에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면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이다. 정 총리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국의 흐름을 봤을 때 대통령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총리 등의 교체로 국면 전환을 꾀하는 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못 박기 전까진 인사와 관련한 루머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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