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은 봄에 잘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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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봄철은 간염의 요주의 시기. 기온이 올라가면 체내의 부신피질 호르몬이 자극돼 질병이 발현되기 쉽고 외출과 나들이가 많아짐으로써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 그러나 다같이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돼 있어도 어떤 사람은 쉽게 발병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끄덕도 없는 수가 있다. 서울대 소화기 내과과장 김정룡 박사는 그 이유는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저항기전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간염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가졌는지의 여부와 간염에 잘 걸릴 수 있는 유전적 소질 등을 꼽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B형 간염에 걸렸다가 자연히 치유된 사람이나 B형 간염이 발병돼 치료를 통해 완치된 사람은 간염 B표면 항원에 대한 항체가 생겨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된다.
김 박사는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생긴 B형 간염항체는 일생 가는 것이 아니고 2∼3년 정도 지속되므로 B형 간염이 치유된 사람도 다시 감염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 대신 A형 간염은 한번 걸려 치유되면 일생면역을 가진다.
최근에는 특히 간염에 잘 걸리는 유전적 소인이 매우 중요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유전적 소질은 모계에 의해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어머니가 B형 만성간염에 걸렸던 일이 있을 때는 아버지가 이 같은 질환이 있을 경우 보다 자손에 간염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최근 들어 통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어머니가 자녀를 키우면서 뜨거운 음식을 입으로 식혀주는 등 더욱 가까이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어머니로부터의 감염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고려대 병원내과 서동진 박사는 개인의 영양상태가 나쁘거나, 과로, 다른 질병 등으로 몸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간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접촉된 간염 바이러스 량이 많을수록 감염 위험이 높음은 물론이다.
김정룡 박사는 우리 나라의 간염 감염률은 서울이 6.6%, 기타지방이 12%정도로 미국 0.2%. 일본 1.2%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김 박사와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의 홍원선씨가 79년 3월∼81년 2월까지 서울대병원과 시립강남병원을 방문한 환자 1천3백26명을 무작위로 추출, 조사한 결과 6.6%(93명)가 간염B표면항원에서 양성반응, 즉 B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0.9%, 30대가 9.9%, 20대가 9.8%로 비교적 많았고 다음은 10대 6.6%, 50대 4.8%, 0∼9세 3.2%, 60대 1.4%의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자가 7.5%, 여자가 5.7%로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남자의 감염률이 높다.
술을 계속 마시면 간의 세포에 지방이 축적되어 간 기능이 떨어진다.
김 박사는 한번 폭음을 하면 3일 이상을 쉬어야 간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자연치유 될 수 있으나 술을 계속 마시는 사람은 간이 침해돼 만성간염으로 이행되는 수도 있다는 것.
일단 간염에 걸리면 술을 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게 좋다.
김 박사는 위스키싱글로 2잔, 소주 3분의1홉, 맥주 1병, 청주 4분의3홉 정도는 간장에 큰 지장은 없지만 간염에 걸린 사람이 이 이상의 음주를 하는 것은 금물이며 금주하는 것이 가장 상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급성간염의 경과를 보는 지표로 사용되는 GOT·GPT의 수치는 간염으로 간세포가 혈액 속으로 녹아 내린 효소의 정도를 말하며 간의 염증의 정도와 진행상황을 나타내는데 보통 각각 40이하가 정상이다.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결한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주의를 해야하지만 불결한 주사기 사용으로 인한 감염도 큰 문제. 보사당국은 주사기를 통한 간염 염감을 예방하기 위해 종합병원의 경우 1회용 주사기를 사용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일부병원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주사기가 아닌 경우는 반드시 멸균소독을 해야한다.
B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현재 일부 국내제약회사에서 제조중이다.
김 박사는 이 백신을 3회 맞으면 5년간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WHO(세계보건기구)가 밝힌 백신 제조원리는 간염 B표면항원이 양성인 사람의 혈청을 산성에서 처리한 뒤 초원심 분리기로 순수한 간염 B표면항원만을 추출해 만드는 것.
만성간염의 경우 비활동형(지속성) 간염은 증세가 가볍고 비교적 쉽게 치료되나 활동형은 치료기간이 오래간다.
최근들어 B형 간염바이러스를 죽이는 약물이 미국·서독 등에서 개발돼 국내에서도 이 약제(RIA)를 임상실험 중이어서 만성간염에 대한 치료효과가 기대된다고 김 박사는 밝혔다.
그러나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간장 약은 바이러스에 직접 영합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지나치게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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