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조직개편, 방향 못잡는 과기원…학사·연구 일원화로 또 인사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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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과학기술원, 특히 연구부(전 KIST)가 통합 1년이 넘도록 방향을 잡지 못하고있다.
과기원은 80년11월 통폐합 후 아직 조직조차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연구원 이직·전문연구소(화학·기계연구소 등)와의 기능중복 등으로 진통을 겪고있다. 이를 대변하듯 과기원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학사부(전 과학원)와 연구부를 어정쩡하게 일원화시키는 생소한 조직을 확정, 또다시 인사의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확정된 새 조직은 원장(임관) 밑에 부원장(천성순), 다시 그 밑에 연구본부장(박원희) 이학장(이상수) 공학장(은종관)을 두며 지원조직으로 행정처장(신설) 도서관장(신설) 학생처장을 두도록 되어 있다.
연구부는 본부장 밑에 연구조정부장→연구개발부장을 존속시켰다. 또 12개 연구실은 ▲재료·금속연구부 ▲응용화학 ▲기계·전자 ▲화공·고분자 ▲식품·생물공학 ▲기술·경제연구부로 통합했다.
○…이런 조직은 전체적으로 과기원을 연구보다 교육에 두려는 것으로 신임 임관 원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장들이 많이 생겼다. 고급두뇌들이 행정직을 맡아, 학문과 연구경험을 사장시킨다는 우려에서 장을 줄이고 연구원중심으로 운영한다는 통폐합의 명분을 크게 퇴색시켰다.
더욱 학사부와 연구부를 가능한 일원화한다 면서도 같은 계열(예‥화학공학과와 화공·고분자 연구부 등)이 완전 통합되지 않아 상층부는 일원화됐으나 하부는 그대로 있는 상태다. 따라서 첨단연구를 통한 석·박사 배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기원은 조직뿐 아니라 앞으로 직급조정까지 계획하고있어 당분간 혼돈이 계속될 것 같다.
조직의 잦은 개편, 행정기관의 깊은 간섭 등에 대해 과학기술원의 C박사는『최근 2년 간 바람잘 날이 없었다』며『이렇게 연구원들을 흔들어 놓아서야 무슨 연구가 되겠느냐』고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더구나 10년이 넘어 노후한 연구기자재와 통폐합 후 30여명의 박사 급 연구원이 떠나간 뒤에 아직 보충되지 않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부터 시작되는 국가적 특정연구과제의 수행에 있어 과기원이 일사불란한 시스팀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있다.
「마지막 카드」라 불리는 임관 원장이 과연 옛날 KIST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기에 거는 기대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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