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委 바로 서야 방송개혁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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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지난 25일 각 정당의 방송위원 추천 몫 변경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함에 따라 2기 방송위원회 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후보군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2월 11일 임기가 끝난 방송위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구성되지 못했듯, 방송위원 선임 과정에서도 '능력'보다 '정치적 구색 맞추기'가 우선시될까 하는 걱정에서다. 이 경우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대원칙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검증된 인사가 투명한 절차에 따라 뽑혀야 한다"며 "방송위원회가 바로 서야 방송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위원, 추천 기준과 사유 밝히자=여야는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산술적 균형을 이루는 데만 급급했을 뿐 정작 어떤 인사를 어떤 절차에 의해 뽑자는 부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따라서 의석 배분에 따라 선임된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뜻을 거스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방송위 노조는 지난 28일 "정치권의 야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부적격 인사가 (정치권 줄대기로)방송위원에 선임된다면 출근저지 투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예를 들어 '오갈데 없거나 경력 관리를 하려는 정치인, 사이비 시민운동가, 기회주의적인 교수'들의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방송법 21조에선 방송위원을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가진 자'중에서 임명하고, 추천 기준과 사유를 밝히도록 명시해 놓았다. 하지만 그동안 논공행상에 따른 밀실.정실 인사가 이뤄지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전문성.독립성.책임성.도덕성의 네 가지 기준에 맞춰 추천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자"고 주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방송위 앞에 놓인 난제(難題)들=2기 방송위원회는 명예의 전당이 아니다. 쳐다보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는 사안들이 몇달째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신설 등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걸맞은 법제를 정비하는 일이다.

가깝게는 다음달 21일부터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방송위 보고서 외에 법적 근거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하반기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도 마찬가지다.

방송위는 또 정보통신부의 미국식 고수와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유럽식 변경 주장이 3년 넘게 팽팽히 맞서고 있는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앞에는 이 밖에도 ▶위성방송의 지상파 채널 재송신▶방송 시장 및 광고시장 개방▶지상파 TV 방송시간 연장▶지상파TV의 독과점 해소와 외주 제작 확대▶경인방송의 권역 조정 등의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도미노' 인사의 출발=9명의 방송위원들은 방송정책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송위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일뿐만 아니라 집행의 책임자들이다.

또 방송위원 선임은 방송계 연쇄 인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당장 2기 방송위원들은 다음달 임기 만료되는 KBS 이사(15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15일), EBS 신임 사장(8일) 등을 임명 또는 추천해야 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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