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행정선 손떼고 정치엔 남아 숙청지휘. "부패추방·고령자 제거"로 개혁 안간힘|실용노선타개 노린 등소평 마지막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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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구한 억측이 나돌던 등소평이 북경에 돌아왔다.
중공의 최고실권자인 그가 한달간이나 중공중심부 북경을 떠나 있었던 분명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11일 중공외무성이 발표한대로 등이 여전히 중앙위부주석·군사위주석·인민정치 협상회의 주석직을 맡고있음이 확인된 이상 그의 신변이나 실권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2일이후 등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와병중이라느니 쿠데타로 실각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줄곧 나돌곤 했었다.
그동안 등은 딸을 데리고 꽃이 만발한 광주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광동성 지도자들로부터 광동성의 제반정책에 관해 브리핑을 받았을 뿐 거의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한달간의 광주체류가 건강문제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가 일단 지위의 변화없이 북경에 돌아온 만큼 새로운 구상이 제시될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중공의 일부신문과 외교분석가들은 등이 북경의 정부관리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20여만 명을 숙청하는 문화혁명이후 최대규모의 숙청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홍콩에서 발행된 중공계 신문들은 이 같은 숙청보도에 대해 『국가 재정적자의 감축과 정부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기구를 축소하고 부패무능분자 등과 경제범죄를 추방하는 것』이라며 개혁은 하되 숙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행정개혁에 그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중공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석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중공지도층, 측 등소평을 중심한 실용주의자들은 두가지의 난제를 안고 있었다.
하나는 나이든 지도자들을 어떻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느냐하는 문제다.
중공지도부만 하더라도 섭검영(84·부주석겸 전국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장) 진운(84·부주석) 이선념(76·부주석) 등 70대 이상의 고령이 많으며 이들의 대부분이 병약하다.
등 자신도 77세의 나이로 건강을 생각해야 할 입장이다. 이런 지도층의 고령화를 행정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등은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당 및 정부에 대한 중공인들의 불만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등의 실용화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외국과의 교류가 각 분야에 걸쳐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외국문물에 눈이 떠진 국민들의 불만이 더 높아졌다. 이번 숙청이 이런 불만해소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등을 정점으로한 실용주의자들의 목표는▲무능과▲부패추방▲고령자들의 자진사퇴▲정치적 좌익분자들의 재교육 및 숙청 등 이른바 「4대개풍작업」이다.
등의 한달간의 잠적이 이와 관련되었으리라고 보는 견해는 지난 1월11일 당 중앙 중요회의에서 등이 밝힌 내용에 따라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일본의 동경신문이 북경발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등은 이회의에서 당면한 기구개혁·인원삭감문제에 대해 『이는 일종의 혁명이며 이를 수행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등은 국무원·당조직·해방군의 고령간부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각료급은 65세, 국장급은 60세의 정년제를 마련토록 요구했다.
특히 등의 지시를 받은 국무원은 『수상외에 부수상을 2인 (현재는 13인)으로 줄이고 그 밑에 국무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하달했다고 전해졌다.
한편 등의 이러한 개혁의지에 대해 인민일보 등 중공의 각 언론들은 이 행정개혁을 「정관의 치」라는 말로 비유하면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관의 치」란 당태종이 즉위와 동시에 재상방현령으로 하여금 당조의 중앙문무관 2천명을 6백명으로 출이고 정년제·시험·상벌의 규정을 두어 행정능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서 유래돤 고사다.
홍콩의 한 신문보도대로 앞으로 2주이내에 북경의 대규모 인민집회가 열릴 경우 등소평의 카드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등은 결국 행점에서는 물러나고 정치에는 남아 숙청작업을 지휘할 것이 확실하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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