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예배를…" 번지는 직장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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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일의「정오 직장예배」가 새로운 기독교 도시선교 방식의 하나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주로 대도시 빌딩가 주변의 교회들이 최근 직장 점심시간에 맞추어 「금요 정오예배」「수요 정오예배」등의 이름으로 갖고있는 직장예배는 많은 샐러리맨들의 인기를 모으며 날로 번창, 많은 경우 한 교회에 5백여 명이나 모이는 대성황이다.
현재 서울에서 이 같은 예배프로그램을 주1회씩 갖는 대표적 교회로는 예수교장로회(통합)소속의 영락·서소문·충무교회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밖에 감리교. 성결교의 일부 교회들이 직장예배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며 곧 지방도시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1월15일 창립예배(1백50명 참석)를 가진 서소문교회의 금요 정오예배는 불과 3주 만인 지난주 금요일 5백60명이 참석하는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직장선교의 선두주자로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영락교회의 금요 정오예배는 평균 3백 명 정도의 교회주변 직장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충무교회의 수요 정오예배 참석자 수는 1백20여 명-.
예배는 대체로 낮12시10분부터 하오1시까지 40분∼50분 동안에 모두 끝낸다. 예배참석자들에게는 교회가 점심대용으로 빵2개씩과 코피 1잔씩을 무료 제공하는 게 통례로 돼있다.
이들 교회의 직장예배가 공통으로 갖고있는 가장 큰 특징은 예배에 헌금순서가 아예 없다는 것과 초 교파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교회의 주일예배에서와 같은 헌금의 의무감(?)같은 것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고 평소 나가는 교회의 교파소속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
현재 직장예배를 갖고있는 교회들은 적어도 이 프로그램에서만은 어떠한 형태의 현금도 바라지 않으며 일체의 예산을 교회가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서소문교회의 경우 금년도 직장선교비용으로 6백만 원의 별도예산을 마련, 참석자들에게 점심대용식 등을 제공한다.
직장예배가 갖는 또 하나의 큰 매력은 주일의 레저를 즐기거나 용무를 보려는 샐러리맨들의 신앙생활을 아주 편리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또 샐러리맨들이 직장스트레스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다소나마 해소시킬 수 있는 심리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 따라서는 예배 후 간단한 파티나 점심시간을 마련, 예배참석자들에게 직장간의 사고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이 같은 성과들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주일예배 참석 의무를 면제해 줄 수 있는 편의제공은 물론 직장과 신앙생활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는 직장예배는 이제 성공적인 도시선교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박종렬 목사(충무교회)는『직장인을 위한 예배프로그램은 생활현장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며 직장을 통한 생활인의 신앙을 증거 하도록 하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직장예배는 아직 어느 교파에서도 교단차원의 선교정책으로 공식화되진 않았다. 따라서 직장예배를 갖고있는 장로교교회들도 현재까지는 각 교회별로 독자적 운영을 하고 있으며 교단지원이나 지시 등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
교회가 직장예배 참석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원할 경우 교회결혼식장의 제공, 세례 및 나가고 싶은 교회의 알선 등-.
『순수한 지역봉사의 자세로 금요 직장예배를 개설했다』는 손길룡 목사(서소문교회)는 앞으로 요식업체 등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한빛예배」도 주1회씩 개설, 각계각층의 직장인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파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손 목사는 직장예배 참석자들을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인이 되라고 권유하는 일 따위는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회측의 이 같은 능동적인 직장선교와 함께 각 직장 내 평신도들의 직장선교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직장선교활동은 서울지역 직장선교협의회의 창립 지난달 서울지역 38개회사의 직장선교단체대표들이 모여 창립한 이모임의 창립목적은 직장 내 신자들끼리 모여 성경연구·기도회 등을 갖고 상호간의 유대를 다지며 사회 봉사에도 솔선하자는 것이다.
금융단 직장선교회는 이 같은 직장선교회의 창립에 이어 최근 주말을 이용한 대대적인 헌혈운동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앞으로 전국적인 조직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직장선교협의회의 선교활동지침은 예배중심의 신앙보다는 직장 내 신자들끼리 교파를 초월, 함께 모여 성경공부중심의 신앙을 가져보자는 것-.
직장을 중심한 교회나 평신도들의 선교활동은 많은 도시 샐러리맨들의 새로운 기독교 「결신」수확을 얻을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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