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과 연주차 내한한「쇼스타코비치」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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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버지인 지휘자「막심·쇼스타코비치」(44)는 검정우단재킷에 줄무늬셔츠, 그 위에 넥타이를 맨 차림. 아들인 피아노의「드미르리」(21)는 가는 흰줄이든 짙은 회색재킷에 감색 T셔츠. 부자 모두 안경을 쓴 젊고 싱싱한 모습이었다.
12일(하오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서울 시향과 특별연주회를 갖기 위해 9일 한국에 온 소련출신의 망명음악가「쇼스타코비치」부자. 그들은 유명한 소련의 작곡가「드미트리·쇼스타코비치」의 아들과 손자라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의 조국 소련에서는 예술활동에 제한이 많고 자유계약체결에도 지장이 많습니다. 더 넓은 세계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 예술활동을 펴고 싶어 서방세계에의 망명을 결행했습니다.』아버지「막심」이 얘기한다.
이들 부자는 지난해 4월 서방순회연주 중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망명, 현재 뉴욕 맨해턴에 머무르면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내한 연주회의 레퍼터리는「쇼스타코비치」의『교향곡 제5번』과『피아노협주곡 제2번』, 그리고「차이코프스키」의『로미오와 줄리엣』.『어려서부터 그의 음악 속에 살아 그것은 저의 피와 살이 된 느낌입니다. 그가 음악을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지요. 그의 음악은 아버지를 느끼게 합니다.』
음악은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애초에 서방세계에 알려졌듯 공산주의를 음악에 담지는 않았다고「막심」씨는 얘기한다.『그가 하고싶은 얘기와 예술혼을 작품에 담았을 뿐입니다.』현재 소련에서는 쇼스타코비치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있지만 음악세계에서 그를 분리시키고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비록 체제 때문에 조국을 등졌지만 인간적이고 선량한 러시아인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도 덧붙인다.
『인간의 권리를 가장 잘 보장해 주는 나라』라는 생각에서 미국에 망명했고 미국에서의 지난 8개월 간의 생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아들「드미트리」씨는 소련에 어머니가 있지만 이미 재혼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망명 전까지 소련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와 예술감독이었던「막심」씨와 젊은 피아니스트로 각광받던「드미트리」씨는 이미 84년 연주스케줄이 잡힐 정도로 바쁜 나날. 한국연주가 끝나면 4월초 홍콩페스티벌에 참가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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