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엇갈린 전망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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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선업 이익은 정점을 지나고 있다"(골드만삭스) "선박가격 하락은 일시적일 뿐 장기 전망은 밝다"(대우증권)

올 들어 순항을 계속하던 조선업종의 전망에 대해 외국계인 골드만삭스증권과 국내 증권사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업종 주가도 주초 사흘간 하락세를 보이다 16일 반등하는 등 덩달아 춤을 췄다.

'조선주 논란'은 13일 골드만삭스증권이 조선호황이 끝나갈 시점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면서 시작됐다. 해운업체들의 선박 발주 주문이 정점에 달했고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선박 가격도 곧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마침 새로 발주하는 배의 값을 조사하는 영국의 해운연구기관 클락슨(Clarkson)의 신 조선가 지수가 전주 대비 30개월 만에 하락했다는 소식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조선주는 13일 이후 사흘간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 14일에는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이 10% 넘게 떨어졌다. 그동안 조선주는 국내 업체들이 3년6개월치의 넉넉한 일감을 확보해 수익성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전망에 따라 꾸준한 강세를 보여왔다.

조선주가 급락하자 다른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대우증권은 "최근의 신 조선가 지수 하락은 비수기이기 때문이며 다시 회복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일감도 충분해 싼값에 수주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급기야 골드만삭스증권은 16일'최근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을 명확히 하며'란 제목의 보고서를 추가로 냈다.

골드만삭스는 "조선업종은 주문 사이클과 이익사이클이 서로 다른데 현재는 주문 사이클의 막바지 단계"라며 "많은 주문이 곧바로 높은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거나 핵심 원자재인 철강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기대하던 이익이 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용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16일 "현대미포조선이 기존 가격보다 22% 비싼 값에 새 배를 수주해 선가 하락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여전히 조선주에 대한 장기 보유전략을 권했다.

이날 조선주는 대우조선해양(-0.5%)이 소폭 내린 것 외에는 현대미포조선(1.15%),삼성중공업(4.86%) 등 대부분 올라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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