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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돈 벌 권리를 침해하지 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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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돌잔치에 가져갈 케이크를 구웠다.

 아기 피부 같고 폭신폭신 촉감이 좋은, 엔젤케이크를 한번 만들기로 했다. 유난히 많이 들어간 달걀 흰자 때문인가. 순식간에 풍선같이 한쪽으로 부풀어 오른다. 부리나케 오븐에서 꺼내 튀어나온 부분을 편편하게 만들어 오븐에 다시 넣었다. 그런데 다 식은 케이크의 왼쪽 부분이 흉하게 푹 꺼져 있는 게 아닌가. 부풀어 올랐다가 자연스럽게 식으면서 꺼지면, 저절로 편편해지는 건가 보다. 내겐 늘 조바심이 문제다. 갓 맺힌 장미꽃 봉오리가 하도 예쁘기에 손으로 만졌더니 만졌던 바로 그 꽃만 찌그러진 꽃송이가 된 적도 많다. 비슷한 이런 경험. 해본 사람 많을 게다. 음식이나 꽃이나 사람이나. 완성되기도 전에 손을 대면 후회한다는 것을.

 엊그제 ‘아이들은 신체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며 세계의사협회가 미성년자 대상 미용성형수술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한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인데, 정작 성형대국 우리나라의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의견을 밝혔단다. 이유는 의사의 진료 결정권과 미성년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서라나.

 독일이나 호주 등 일부 선진국은 아이들의 미용성형을 금지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 중이라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 의사들은 아이들 성형에 대한 행복추구권만은 존중해주고 싶어 안달할까. 언제부터 아이들 행복에 그토록 관심이 많았던가. 사교육이니 영재교육이니 아이들을 들들 볶으며 행복할 권리를 다 빼앗아 버리고는, 새삼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 몸을 고쳐주자고? 성장 중인 아이들 몸에 미용을 위해 칼을 대면 성장에 지장이 있을까 없을까. 의사 아닌 나도 다 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량식품. 아이들은 그걸 사먹으며 행복해하지만 어른들은 못 먹게 막는다. 그 이유는 자라나는 아이들 성장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건 행복추구권에 해당되지 않는가.

 진료 결정권 침해? 성형외과의 ‘겨울 방학 대세일’ 현수막 밑에 ‘방학을 이용해 싸게 수술하세요’라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인 광고. 그걸 보고 찾아온 아이들을 진료하고 수술을 결정해줄 권리? 지나가는 개가 있으면 묻고 싶다. 웃나 안 웃나 보게.

 차라리 경기도 안 좋은데 간신히 일어난 성형 붐이 제발 꺼지지 않도록 해달라며 ‘돈 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편이 훨씬 더 솔직하고 인간적이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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