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중소기업 적합업종 결정은 시장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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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동반성장위원회는 올해 3년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만료되는 82개 품목에 대해 재지정 신청을 받고 있다. 재지정 적합여부 검토 과정에서 중소기업단체의 대표성과 중소기업 피해사실을 명확히 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역차별 여부, 외국기업의 시장 잠식 등 그 동안 불거져 나온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2011년 경제 양극화 해소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대기업의 진입자제, 확장자제 등의 권고형태로 운영되지만 사회적 압박과 사업조정 신청 등으로 실질적 제재를 가하는 규제이다.

 대기업의 특정 업종 진입규제는 사유재산권 행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 대기업 협력업체나 가맹점, 전·후방위 산업 그리고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 보호정책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에게 득이 된다는 근거도 약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맞설 경쟁력 제고에 실패하거나 보호에 안주하면 제품과 서비스 향상의 직접 수혜자인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1930년대 인스턴트 커피, 1990년대 네스프레소 캡슐머신을 개발·출시해 소비자는 간편히 커피를 즐기고, 커피농가는 안정된 수입을 얻으며, 기업은 신시장 개척으로 수익을 늘리는 상생의 구조를 만들었다. 커피 제조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는 시장이 결정할 일이다. 시장구조상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 부재로 대기업이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면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업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시장구조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은 시장경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로도 제재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 행사를 염려해 대기업 진입을 규제하면 자칫 산업경쟁력을 상실해 중소기업마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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