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In&Out 레저] 도시 전체가 박물관 프랑스 낭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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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나 잠자리 문양이 장식된 램프와 화병. 식물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기둥. 장미나 클레마티스(으아리) 모양의 무늬로 꾸며진 화려한 건축물. 돌.나무.벽돌.유리.도자기 등 온갖 건축재료들이 몽땅 동원돼 세워진 저택. 19세기 말 아르 누보(Art Nouveau)라는 새로운 예술운동을 탄생시킨 프랑스 로렌 지방의 낭시 풍경이다. 낭시의 아르 누보 운동은 전 유럽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맹위를 떨쳤다.

아르 누보의 고향=아르 누보는 엄격한 비례와 조화, 균형을 중시한 기존 양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그리스.로마.고딕 양식 대신 자연의 생동감을 최대한 살렸다. 낭시에서 접할 수 있는 아르 누보의 유산은 60여 곳이나 된다.

아르 누보 건물에 설치됐던 각종 가구와 유리.세라믹 가공품 등은 '낭시학파 박물관'에 잘 보존돼 있다. 걀레의 '새벽과 황혼'이란 이름이 붙은 침대와 해초가 손 모양으로 바뀌는 모습을 표현한 장식물은 관람객들의 눈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천장을 덮고 있는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등도 볼거리다.

스타니슬라스 광장='아르 누보'와 함께 낭시를 상징하는 말은 '스타니슬라스'다. 250년 전에 조성된 스타니슬라스광장은 18세기의 모습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의 하나로 손꼽히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광장은 로렌 공국의 마지막 대공이었던 폴란드 출신의 스타니슬라스 레친스키가 천재 건축가 에마누엘 에레 등의 솜씨를 빌려 만들었다. 처음엔 자신의 사위인 프랑스 루이 15세에게 헌정한 '로열 광장'이었지만 프랑스 혁명을 겪으면서 광장 이름의 주인이 바뀌었다. 광장 한가운데는 스타니슬라스 동상이 서 있고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사각형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다. 동상 뒤편의 가장 크고 긴 건물은 낭시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그랜드 호텔에는 프랑스혁명 때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하룻밤을 묵기도 했다. 광장을 더욱 빛내는 것은 건물 사이 사이에 설치된 '황금의 문'이다. 광장 개장 250주년을 맞아 올해 낭시에서는 전시회.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스타니슬라스 광장은 낭시의 알리앙스 광장,카리에르 광장과 함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600여 년간 로렌 공국의 주도였던 낭시에는 이밖에도 중세 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에브르(Epvre) 광장과 크라페문,성곽 등이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낭시(프랑스)=한경환 기자

***여행정보
에어 프랑스 등 직항편이 인천공항~파리를 운항한다. 파리 동역에서 SNCF 열차를 타면 3시간 만에 낭시에 도착한다. 유레일 패스 소지자는 이 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파리~낭시~스트라스부르를 잇는 초고속열차 TGV도 수년 내 개통할 예정이다. 낭시 관광안내소(http://www.ot-nancy.fr)는 스타니슬라스광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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