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뵐」새 소설 『안전망』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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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소설가 「하인리히·벨」이 최근 『안전망』이라는 새 소설을 내놨다.
「뵐」14번째의 장편소설이며 노벨상을 받은 뒤 5번째인 이 소설은 신문재벌의 총수이고 경제계의 주요인물인 주인공 「프리츠·톨름」이란 사람의 삶을 통해 후기 전후 서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톨름」은 대부분의 대 자본가들처럼 「테러리즘」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집안 곳곳에 도청장치를 마련하여 모든 전화대화를 분석하고 경찰을 믿지 못해 개인 고용원을 고용한다.
이 같은 피해의식과 삶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그는 『어떤 형태의 사회주의가 와야한다』는 이율배반적이며 단말마적 이야기를 하게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또 급진주의자였던 그의 아들과 경호원과 놀아나는 딸, 그리고 70여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음모·사랑·동성애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기적」을 냉소적으로 보고있는 「하인리히·뵐」은 이 소설을 통해 배금주의적이고 전통이 무너지며 가치관이 혼돈되고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현대서구 사회의 혼란상을 그리려 하고있다.
이 소설은 마치 독일의 『eof라스』(미국사회의 병리를 파헤친 TV극)를 연상케 한다.
자신의 부의 노예가 되어있는 주인공 「톨름」과 그의 가족들은 현대 서구사회의 정치적·도덕적 혼란을 나타내주고 있는 사람들이다.
살인이란 위험 속에 있는 주인공은 서구사회를 상징하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살인」은 바로 이러한 사회가 처하고 있는 위험을 말해준다.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뵐」은 이를 교묘히 처리하고 있다.
「뵐」은 사회적인 주제들을 소설적 기교, 예를 들면 개인적인 생활을 앞에 내 세우거나 「서스펜드」속에 감추어 버리는 것 등을 통해 위장시켜 독자를 이야기 속에 끌려오게 한다.
기독교인이면서 사회주의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는 「뵐」은 이 소설에서 현대 서구사회를 분석하면서 사회주의적인 많은 요소가 서구 자본주의에 담겨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돈 많은 자본가이고 집에서는 점잖은 가장인 주인공이 그러한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월스트리트에서 러시아 캐비니를 먹고 쿠바담배를 피우며 크렘린이 「독점자본」에 물들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하고 회의한다.
64세인 「뵐」의 이 소설은 주제가 강하면서도 또 소설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타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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