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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8일은 정월 대보름. TV에 비쳐진 여인들의 달맞이 행사는 자뭇 흥겹다. 횃불놀이, 답교놀이를 재현하면서 사라져가는「민족의 정서」 를 아쉬워하는 모습들이다.
고경국가에서 풍년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그래서 정월 대보름에는 그해의 풍년을 비는 예황행사가 집중돼있어 「민속의 진열장」을 보는듯하다.
우선 민간과 궁중에서 널리 행해지던 가농작을 들수있다. 세상대녹에 보면 『매년 상원 (정윌대보름) 에 전가의 농당상을 오설하여 풍년의 징조로 삼는다』고 했다. 종이나 볏가리로 온갖 농작물의 모형을 만들어 누가 더 정교하게 많이 만드는가 내기까지 했다.하도 재미있어서 양반들까지 모두 경쟁에 참여하는 바람에 성종때는 중신들이 정파의 계까지 올릴 지경이었다. 결국 녀무 번거롭다해서 중지는 됐으나 황해도 장연지방에 그 혼적이 남아있다.
마을 청년듈이 윷놀이롤 겨뤄 이기는쪽에 풍년이 든다했고 이앙극· 산압놀이등으로 하루를 보내며 풍년을 기원했다.
곡압의 강림을 가강한 의등도있다. 거북놀이·사자놀이·광대놀이·지압밟기·별곤굿등이다. 「영등할머니」의 하강·승천 세화도 바로 기풍신앙의 한가지다.
이런 의식이 지방별 민속놀이에 젖어들어 여러형태로 발전해온 것에 비하면 공감주술적 행사나 개인석면행사는 원형이 비교적 그대로 전승돼왔다. 「달맞이」는 바로 『상원달보아 수한을 안다』 는 점복사상의 하나. 부여족의 제천, 영고에 그 기원을 둔다. 월점과「달집사르기」가 대표적이다.
월점은 대보름 달빛이 희면 비가 많이 오고 붉으면 가뭄, 선명하면 풍년,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농경두회의 거돕된 지혜의 축적이라고 볼수있다.
또 「달김사르기」는 생술가지등을 묶어 집채처럼 만든 무더기에 불을 질러 그 화세로써 풍흉올 가늠하는 것이다. 이것이 변영돼 중부지방에선 횃불을 들고 달에 절하며 기면하고 깜통이 등장한 뒤론 아이둘이 장릉불을 돌리게됐다.
대보름날의 불놀이에는「횃불싸움」 과 「둘불놀이」 도 있다. 특히 들불엔 구충·구수·구초의 모방주술이 가미 돼 있다. 그래서「쥐불놀이」라고도 한다. 상원의 화희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등 동양삼국은 물론 때와 형태는 달라도 전세제적인 공통된 한습이다.「프례이저」의「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 보면 유럽농민들은 주로 하지와 동지 때에 세화를 사르고 주위를 둘며 가무를 즐긴다.
석농에 덧붙여 개인 석면이 보름행사에 끼어든 것은 이채롭다. 무병을 바라는 「부럼까기」 , 궁자집흙을 훔치는 「고토훔치기」 , 귀가 밝아진다는 「이명주마시기」 , 남녀유별이 심한 두회에서 하루만은 해방되려는 남녀상회의「답교놀이」 .
지금 이런 습속을 되살리기는 힘들겠으나 전문가들에 의해 그 원형이 유지·발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전통을 찾으려는 후대를 의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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