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51달러 … 사상 최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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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14일 현지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1.68달러가 오른 51.02달러에 거래돼 지난 4월 4일(50.51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2개월여 만에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상승세에 대해 전날 국제 유가 강세가 하루 늦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루 전인 13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2달러 이상 오르는 등 강세가 이어지자 시차로 인해 통상적으로 국제 유가 흐름을 하루 늦게 반영하는 두바이유가 이날 급등세를 보인 것이라는 것이다. WTI는 14일에 0.49 달러 하락한 55.01달러를 기록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최근 다른 유종과 달리 두바이유만이 유독 가파른 급등세를 지속하는 데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가격이 33.64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평균 가격이 49.44달러로 5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저유황 성분의 최고급 원유로 꼽히는 WTI와 고유황 원유인 두바이유 간의 가격 차도 통상 7~8달러였지만 최근에는 3~4달러로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두바이유의 강세는 이를 주로 도입하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소비가 급속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두바이 평균 가격을 37~40달러로 전망했던 정부의 경제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구기관들은 연평균 원유가격이 5%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둔화하고, 소비자 물가는 0.2~0.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계 에너지 소비 사상 최고=영국 석유회사 BP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전년보다 4.3% 늘어나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15.1%)과 인도(7.2%)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중 석유 소비량은 3.4% 늘어나 78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루 평균 250만 배럴이 증가한 것이며 이 중 90만 배럴은 중국에서 늘어난 부분이라고 BP는 분석했다. BP는 그러나 올해는 각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 OPEC 증산 검토=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인 셰이크 아흐마드 파드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회원국 회의를 하루 앞둔 14일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 회원국들이 첫 단계로 하루 산유량을 50만 배럴 늘리고 나중에 50만 배럴을 추가로 증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산유량을 50만 배럴 늘리는 1단계 증산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며 2단계 증산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50달러를 웃돌 경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아흐마드 파드 장관은 설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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