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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마이클 잭슨 무죄' 이끈 한인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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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동료 변호사 토머스 머서로 주니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수전 유(오른쪽). [산타마리아 AP=연합]

"제 소개를 하라고요? 우선 인간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둘째론 아홉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고요. 아들 이름도 (마이클 잭슨과 같은) 마이클이에요. 그리고 정말 멋진 남편을 뒀죠."

재미동포 변호사 수전 유(42). 미국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고 "수전 유가 당신을 만족시켜드릴 겁니다(Susan Yu, Suits you)"라고 기지를 발휘하는 그는 어쩌면 이 순간 전세계 무수한 변호사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 모른다. 13일(현지시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무죄 평결을 이끌어낸 변호인단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실감하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요. 잭슨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뻐요. 완벽한 승리였거든요."

뿌듯해 할 만했다. 잭슨에 대해 제기된 성추행 등 열 가지 혐의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문제였어요. 증인만 140명이 넘었죠. 수십만 건의 문서를 검토하고 수없이 많은 비디오, DVD 자료를 봤어요. (검찰 주장엔) 근거가 없었어요. 이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죠. 승리로 가는 외길 싸움이었는 걸요."

주위에선 '잭슨이 아이들의 음란행위를 부추겼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던 법정에서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검찰은 계속 잭슨이 플로리다의 한 호화 호텔에서 아이들에게 음란행위를 가르쳤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그는 "그런 주장을 한 아이들이 이전부터 그런 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잭슨이 가르친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배심원단이 검찰의 주장에 '합리적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때부터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여섯 살 때인 1969년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그는 UC 버클리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고, 시러큐스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땄다. 잭슨 변호인단의 대표 변호사 격인 토머스 머서로 주니어와는 6년째 같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부인 살해 혐의로 기소된 유명 배우 로버트 블레이크 사건도 함께 맡아 언론의 조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민할 당시 정치적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한국 사람은 인종적 소수였어요. 늘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했죠. 정말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말이에요. 이젠 한인 타운에서 나와 미국 주류사회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우리 자식 세대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래서일까. '준 송'이라는 이름의 남편이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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