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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B의 승패는 콘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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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손 안의 TV'로 불리는 위성 DMB 본방송이 개시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비디오 8개, 오디오 24개 채널로 서비스되지만 앞으로 비디오 14개에 데이터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지난 3월 선정된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도 올 하반기에는 비디오 7개, 오디오 14개, 데이터 8개 채널로 선보일 예정이다.

DMB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등장할 것인지 우려도 만만치 않다. DMB는 2010년까지 생산성 12조2000억원, 부가가치 4조8000억원과 8만8000명의 고용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산업 전망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화질.음질은 좋은데 볼 만한 콘텐트가 부족하고, 수상기 가격이 비싸며, 일부 난시청 지역 해소 문제가 남아 있다. 수상기 보급의 현실화와 중계 인프라 구축이 선결 과제다. 지하철.터널.빌딩 등의 수신 음영지역을 커버할 갭필러(중계기)도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트다. DMB가 꿈의 미디어로서 나타나긴 했으나 과연 늘어난 채널만큼 수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콘텐트를 얼마나 서비스하느냐에 바로 성패가 달려 있다. 10년 전 케이블 방송의 경우 출발점부터 기본정책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결국 프로그램 차별화의 벽을 넘지 못해 외화내빈 상태로 고전해 왔다.

향후 지상파 DMB도 기존 사업자는 지상파 재송신과 일부 재가공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지상파 콘텐트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지상파 재송신은 난시청 지역 해소 측면과 수용자 선호 경향으로 사업 초기 시청자 볼 권리를 보장한다는 단기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뉴미디어 특성에 맞는 새로운 콘텐트 개발로 이용자의 편익을 도모하면서 방송 환경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뉴미디어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잠식되거나 오락 기능에 치우친다면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콘텐트 빈곤으로 전파 낭비와 또 하나의 사회적 공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미 콘텐트 전쟁은 시작됐다. 새로운 밀착형 콘텐트 서비스가 전제되지 않고는 DMB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최충웅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