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현상…대학원생 선수가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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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또 하나의 기현상이었다. 대학원 선수가「부지기수」라는 사실이다.
운동선수들이 일반적으로 학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와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의 불가사의한 변태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본 대학원이나 교육대학원의 체육학과에 매년 10명 안팎의 선수(대학졸업선수의10∼20%차지)를 진학시킨다.
이들이 정상적인 입시과정을 거쳐 합격되어 입학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은밀한 「특별전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는 대학에만 체육 특기자 입학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에도 사실상 특기자 제도가 있는 셈이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이 각 종목에 걸쳐 대학을 졸업한지 2년이 되도록 계속해서 실업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리고 과거에 그러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몸담은 최고급 학력(학력)의 소유자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대학원 선수들은 모두 석사학위를 따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2년을 수료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라도 대학 때와 다름없이 대학원 선수들이 제대로 수강을 하고, 체육학의 연구활동을 하는 일은 발견하기 어렵다.
많은 선수들이 왜 대학원을 가는가.
학구심 때문이 아님은 물론이고 그렇다고「간판」을 얻기 위한 허영심 때문도 아니다.
군 입대를 연기시켜 취직을 하고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한 편법이다.
특출한 우수선수가 아닌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학원에 입학하여 2년간의 징집연기조치를 해놓아야 실업팀에 들어갈 수가 있다.
모든 실업팀은 곧 입대해버릴 대학졸업 선수를 받아들이는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최소한 2년은『써먹을 수 있어야』스카우트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선수들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대학원을 가는 셈이다.
여러 팀에서 눈독을 들이는 우수선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대학입학 때와 같이 가만히 앉아서 대학원 입학의 특전을 제공받는다.
실업팀들은 스카우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리고 당해 선수를 충분히 활용키 위해 계약금(?)에다 대학원이라는 보너스를 덤으로 얹어 끌어들이는 것이 거의 공식화 되고있다.
실업팀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남자농구에선 최근 이것이 하나의 철칙이며 축구와 야구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병역의무제도가 있는 한 이러한 대학원 진학러시 현상은 불가피할는지 모른다.
운동 팀를 운영하는 은행 등 기업들의 실리주의를 탓하거나 순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병역문제와 관련된 저의를 가지고 대학원과정을 밟는 예가 운동선수에게만 특유하거나 이례적으로 두드러 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정상적이고 건전하다고 볼 수 없는 이러한 체육대학원의 변태적 질서는 앞서 지적한 대학의 체육학과 운영이 비교육적이고 무책임하다는 그릇된 실정의 연장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점은 운동선수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대학(4년)→대학원과 실업(2년)→군복무(약2년반)→실업 복귀의 과정을 밟는 선수는 대학→군복무→실업(혹은 재학 중 입대→대학→실업)의 길을 걷는 것 보다 신체적 기능과 선수로서의 정신력 양면에서 쇠퇴현상이 보편적으로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대학원이 최소한 선수들의 자질향상에 한줌의 기여라도 한다면 구태여 논란의 대상이 안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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