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해글러-베니테스-레너드 중량급 트리오시대 돌입|「알리」등 사라져 헤비급은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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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프로복싱계는「마빈·해글러」(통합미들급)·「월프레도·베니테스」(WBC슈퍼웰터급)·「슈거·레이·레너드」(통합웰터급)등 3명의 유색인 챔피언들이 교묘히 주가를 높이며『세기의 일전』이란 폭탄선언을 하는 등 트리오시대를 맞고 있다. 프로복싱은「알러」「조·프레이저」,「조·프레저」-「조지·포먼」,「알리」-「포먼」전등 천문학적인 흥행수입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헤비급이 팬들을 매료시켜 왔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 이들이 사라지면서 헤비급은 외면을 당하게 됐고 뒤를 이어 중량급의 이들 트리오가 등장, 링 계의 흥미를 끌고 있다.
중량급 트리오의 인기작전은 자못『장군멍군』식인데「해글러」가 미들급을 통합하자 WBA주니어미들급에 이어 웰터급을 석권한「레너드」는 다음 차례는「해글러」라고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레너드」에 뒤질세라 지난달 31일『돌주먹』「로베르토·두란」을 누르고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한「베니데스」도「해글러」에게 도전해 사상최초의 4개 체급챔피언이 되겠다고 호언장담, 팬들에게 흥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트리오의 정체는 무엇이며 결국 80년대의 우상은 누가 될 것인가.
세계적 프러모터「돈·킹」씨는「해글러」가「베니테스」의 도전을 받아주면 3백만달러(약21억원)를 보장해주겠다』고 즉석제안을 하기도 했다.
결국「레너드」나 「베니테스」의 목표는「해글러」인 것처럼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해글러」가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그가 자기들보다 상위체급이고 또 통합챔피언이라는 점에서 도전은 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월프레도·베니테스」는『레이다』(전파탐지기)란 별명이 말해주듯 천부적 재질을 갖고있으나 연습은 게을리 하는 복서라는 뒷면을 갖고있다.
「베니테스」는 17세때인 지난 76년3월 콜롬비아의「안토니오·세르반테스」를 누르고 처음 WBA주니어 웰터급타이틀을 따내 사상 최연소 세계챔피언으로 경악을 안겨주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베니테스」는 주니어 웰터급타이틀을 내놓고 79년1월「카를로스·팔로미느」(멕시코)를 꺾어 한 체급 위인 WBC웰터급 챔피언을 차지했다가 이해 11월「슈거·레이·레너드」에게 15회 종료 6초를 남기고 KO패 당해 타이틀을 잃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5월 또 한 체급을 올려 WBC슈퍼웰터급챔피언「모리스·호프」(영국)에게 도전, 12회 KO승을 거두면서 드디어 30년대「헨리·암스트롱」이후 43년만에 3개 체급을 석권하는 전설의 신화를 실현했다.「베니테스」는 타이틀 매치가 결정되어도 한달 이상 훈련을 해본 적이 없는 천부적 복서인데 이를 채찍질한 사람이 매니저를 겸한 부친이다.
『링 위의 미치광이』또는『링 위의 난폭자』란「해글러」는『링 위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번도 다운된 적이 없고 76년에 슬럼프로 두 차례 판정패했을 뿐이다. 뉴욕의 브론크스 흑인 빈민촌 출신.「해글리」는 77년에 랭킹1위에 올랐으나 미치광이와 같은 폭발적 강펀치 때문에 타이틀매치를 기피 당하기도 했다. 그는 79년11월 힘겹게 챔피언「비토·안토페르모」(이탈리아)에게 도전했으나 무승부로 실패한 뒤 80년9월 다시 통합챔피언인「얼런·민터」(영국)에게 재차 도전, 3회 KO승으로 숙원을 풀고 지금까지 3차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수거·레이·레너드」는『초특급열차』라는 애칭에 걸맞게 뛰어난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프로복싱 1백년사상 최고의 파이터란 찬사를 받고 있다. WBA주니어미들급에 이어 지난해 9월 무려 8백만달러(약56억원)의 대전료를 받고「토머스·힌즈」를 TKO로 제압, 웰터급 타이틀 마저 거머쥔 뒤『복싱에 환멸을 느꼈다』고 내숭을 떨기도 했었다.
「레너드」는 기량도 뛰어나지만 프로데뷔의 시기가 너무나 러키했다. 그는 76년 몬트리올올림픽 라이트웰터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주가가 올라간 터였는데「로베르토·두란」(파나마)이나「토머스·헌즈」같은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이들을 이김으로써 하루아침에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트리오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82년은 링계의 파란이 예상된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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