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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 빚은 예술「미림골 동굴」|형형색색의 석순·석화만발…태고의 신비 가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조 때부터 양반고을로 이름을 떨쳐온 안동지역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안동 댐 축조이래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종유석 굴이 새로 발견되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안동지역은 이밖에도 제비원 미륵불과 도산서원·하회 류씨 민속촌 등이 흩어져 있고 아담한 도시풍경과 함께 숙박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구나 교통편도 대구∼안동 고속화도로가 뚫려있고 자녀들에게 양반들의 풍습도 익힐 겸 가족동반 관광코스로는 안성마춤.
종유석 굴인 미림골 동굴은 지난달19일 오소리 사냥에 나섰던 이 마을 조영만씨(32)등 3명이 발견, 군청에 신고함으로써 알려지게 됐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 칠흑의 어둠 속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녹아내려 수 천년을 키워온 종유석(종유석)들이 헤아릴 수 없이 솟아 있다.
경북 안동군 배후면 석탑리 산17 계야 부락 속칭 미림골. 총연장 2백여m에 협소한 6개의 광장으로 이뤄진 작은 동굴이지만 형형색색의 석순(석순)·돌기둥들이 이리저리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 신비스런 모습이 자연이 빚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안동시내에서 포장 안된 산비탈 찻길로 16㎞. 네 개의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 털털거리고 1시간쯤 달리면 영주와의 경계에 놓인 맨 끝 마을. 산 속에 파묻힌 채 옹기종기 모여있는 13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굴은 이 미림골 부락 바로 뒷산. 동북쪽으로 1백여m쯤 거슬러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는 직경67cm 쯤이며 수직으로 7∼8m 내려간다. 몸을 비집고 다리부터 들어간 뒤 밧줄을 타고 간신히 바닥에 닿으면 10평 정도의 제1광장에 이른다.
주위는 보통 암석이고 바닥은 습기 찬 진흙으로 미끄럽다. 한쪽 구석 벽에 붉은 색의 종유석이 드리워졌다.
다시 수직으로 6m쯤 내려가면 3평 남짓한 제2광장에 이르지만 형태는 제1광장과 비슷하다. 2광장으로 빠지는 수직통로 역시 한사람이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로 비좁아 옷은 온통 진흙 투성이가 돼버린다.
2광장에서 수평으로 꼬불꼬불한 통로를 따라 30m쯤 나아가면 5m쯤의 절벽이 나타나고 11평 정도의 넓은 안방 같은 제3광장에 이른다.
3광장부터가 그야말로 종유석보고(보고). 천장 가득 길이1m 안팎의 돌 고드름이 삐죽삐죽 수없이 달렸고 한쪽 벽면엔 고래등 지느러미 같은 베이컨 종유석이 마치 커튼을 친 듯 붙어 있다. 바닥 곳곳에 솟은 석순과 종유석 기둥도 일품이다. 제4광장에 이르는 길이7m쯤의 좁은 통로는 사방이 종유석으로 덮여 종유석 복도를 기어가는 느낌이다.
5광장은 3개 부분으로 나뉜다. 폭포수가 얼어붙은 듯한 종유석 폭포가 한쪽구석에 캐비닛 크기만큼 붙어있고 아래쪽엔 사방이 모두 종유석과 석화로 둘러싸인 한 평 방만한 종유석 방이 놓여 있다.
종유석 방은 바닥에서부터 위로 1m쯤까지 수만 개의 붉은 구슬을 붙여 놓은 듯 석화(석화)가 만발, 가히 장관을 이룬다.
종유석은 석회암에 물이 흐르면서 조금씩 녹아내려 형성되는 것으로 길이10㎝의 돌 고드름이 만들어지려면 몇 백년쯤이 걸려야 한다고 한다.
제5광장에서 6광장까지는 몸집이 가는 사람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수평통로로 20m 쯤 연결된다.
30평 정도의 넓은 홀이 나오고 한쪽 구석에 붉은 석순과 나무뿌리가 몇 가닥 드리워져 있다.
동굴을 탐사한 동국대 동굴 보존회(단장 남궁준 교수)는 동굴이 비좁고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종유석의 발달이 뛰어나 학술적으로 성류굴에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마을사람들간에는 이 동굴주위에 구렁이가 나타나 입구를 막아버렸다는 범우굴 등 4∼5개소의 굴 입구가 또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 또 다른 굴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글 허남진기자 사진 채흥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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