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자원봉사 상』받은 75세의 박진성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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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는 너무 너무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 축복 속에 항상 감사하며 기쁘게 사니까 너무 좋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라면 얼마든지 어디까지든지 합니다. 그것이 기쁨이니까요.』
지난달 30일 서울 YWCA 제60회 정기총회에서 20년 근속 자원봉사자로 상을 받은 박진성 할머니(75).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의 얼굴은 칠순이 넘은 나이를 의심할 이 만큼 젊고 활력이 넘친다』
『60년 초 Y와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한창 나이의 영감님이(전 서울대 문리대학장 최윤식 박사) 고혈압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쓸쓸해 하니까 그때 Y이사였던 친구가 Y에 나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해서 였읍니다.』
이렇게 시작된 Y와의 인연은『한번 작정하면 꾸준히 계속하는 성격과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작지만 가슴 뿌듯한 보람 때문에 20년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박 할머니는 얘기한다.
YWCA 산하13개의 각 부서 중 구조부 회원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당시 매년 연례수해지역인 한강변·판자촌과 수유동 난민촌을 돌며 구호 품을 전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봉천 지부에서 신문배달 소년, 구두닦이 소년을 위한 교양강좌에도 참가했다. 4, 5년 전부터는 Y의 가정부 훈련 프로그램에서 전화 받기·손님접대·예절 등의 생활교양을 가르쳐왔다.
1년에 두 번 Y의 기금모금을 위한 바자 큰 장날이면 박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는 빈대떡장수·새우젓장수로 유명하다.『노인학교도 다녀봤는데 난 싫어요. Y에서 젊은이들과 사귀면서 활발히 움직이니까 나이를 잊고 살아요.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사니까 손자 애들이 날「스마일 할머니」라고 별명을 붙여줬어요.』정신여학교를 졸업한 신식교육을 받은 박 할머니는 50여년 전 이미 둘 낳기 운동을 실천하여 1남 1녀를 두었다. 아드님은, 서울대 수학과 최지루 교수(55) , 따님은 일본 자혜명월 의사로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 밑에 손자가 모두 5명, 증손자가 2명이다.
『오랫동안 아들과 함께 살다 아들네가 아파트로 옮길 때 따로 났어요.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청소며 밥짓기를 직접 하니까 운동도 되고 좋아요. 아들 며느리가 외롭다고 함께 살자고 성화지만 자유롭고 편해요. 따로 사니까 며느리와의 사이도 더욱 좋아요.』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30분에 식사를 하고 TV 아침방송의 요리와 일어강좌를 즐겨 듣는 박 할머니. 요즈음은 영어강좌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게 좀 체로 잘 안 된다며 크게 웃는다.
광화문 새문안교회의 30년 신도인 그는 젊은 여성신도들에게 눈에 보이는 부모와 남편을 잘 섬기지 않는다면 어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느냐고 충고하면서 가정의 화락 함은 전적으로 아내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을 늘 되새기며 봉사의 기쁨에 살고 있다는 박 할머니에게 노년은, 소외당한 노인의 그늘이라곤 찾을 수 없어 평화롭고 행복한 것 같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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