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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기자 동행 취재 부산발 교육 혁명] 中. 교육학자, 교육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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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부산 백병원에 문을 연 '병원학교'에서 장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가 병원학교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구내에 있는 기술학교인가, 아니면 어떤 학교일까'. 궁금증을 안고 방문한 병원학교에서는 상상과 달리 머리를 빡빡 깎거나 붕대를 동여맨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진지했고,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쳤다.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소아암이라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야만 하고, 퇴원해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는데…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병원학교의 설립과 운영은 학생을 교육행정의 중심에 놓고 생각할 때만 가능한 발상이다.

학생 중심의 교육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교육학의 고전적 원리다. 그런데도 이 말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이질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만큼이나 우리의 교육행정은 '학생 중심의 행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학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학생 중심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교사.교장.교육청.교육부 관료들은 이러한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이들을 잘 가르치고 도와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열심히 찾아보아야만 한다.

그것은 곧 학생, 나아가 백성을 섬기는 목민행정을 의미한다. 교사.교장.교육행정가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그들을 섬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좀 더 열심히 생각한다면 해야 할 일은 태산처럼 많을 것이다.

정진곤<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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