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길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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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청 앞 광장은 공수단과 ×관구사령부 작전참모 박원빈 중령이 장악하고 있었어요.
부대를 대기시켜놓고 서울지구 방첩대로 갔더니 장총장은 육본으로 떠난 뒤였어요.
육본에 전화를 하니 부관이 회의중이라 바꿔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다시 시청 앞으로 나왔더니 박원빈 중령이 장총장이 최고지도자라고 하는 것이었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는데 박중령이 중앙청으로 가서 경계를 하라고 해요.
중앙청에 있을 때 미CIA책임자가 찾아와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백그라운드는 모른다. 다만 반미는 아닐 것이다>라고만 대꾸했죠.
나중에 혁명을 방해했다고 해서 나는 재판정에 섰어요.
그래 사단장이 부하장교가 거사를 한다고 해서 같이 총 메고, 부대를 끌고 나가란 말인가.
후배들이 군인통수를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한단 말인가.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니 그때그때 알아서하라고 말해줘야 한단 말인가.
고자질 운운하지만 군인으로서 나의 양심에는 거리낌이 없어요.』(주=이상국 준장은 혁명3일 후 예편돼 혁명재판부에서 징역15년, 혁재 상소심판부에서 징역10년을 언도받았다. 후일박정희 전대통령의 배려로 경부고속도로의 추풍령 휴게소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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