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모와 관계 미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에서 개인의 이름으로 지명이나 기관명을 명명하는 일은 드물지 않으나 김정숙의 경우처럼 4개나 되는 지명 및 기관명에 한 개인의 이름이 붙여지는 것은 김일성을 빼고는 없는 일이다.
다음 체제 외적인 것-흔히 북괴에는 반체제세력이 없는 강고한 체제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소 등지에서는 60년대에 사대주의·종파주의의 낙인이 찍혀 숙청된 세칭 연안 및 소련파와 그 추종세력이 건재하다.
이들이「제2의 해방」을 내걸고 권토중래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데 이 같은 체제가 세력이 김정일 등장전후에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24일 북경에서 주 중공 북괴대사 전명수가 주최한 중공군 한국전참전 31주년 기념연에서 중공 국방상 경표가 축배사에서 김일성 부자의 이름을 든 것이 중공으로서는 김일성 부자체제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김일성 부자체제에 대한 소련·동구제국 등의 묵살태도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소련은 계속 공식언급이 없고, 중공은 당 간부의 종신제를 금지하는 당 규약개정을 작년에 한 것으로 보아 북괴의 세습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우기 부자승계가 이루어지면 실권이 70대에서 40대로 30연 격차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셈인데 그 중간층인 50∼60대 층엔 소련·중공에서 교육받았거나 활동했거나 그 밖의 연계가 있는 사람이 많아「김일성 이후」, 이 중간층의 향배가 매우 중요하다. 「김일성이후」에 50∼60대처럼 다시 친 소·친 중공세의 대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는 체제 외 세력과 외부적 여건을 복합시킨 이같은 사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 김정일은 아직 외국인사들과의 외교적 접촉을 일체 끊고 대내적인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차지하는 그 직위와 권능으로 보아 상상하기 어려운 김정일의 그 기묘한 자폐 증상은 아직 그가 안내도 외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