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갈 때도 교통소통에 만 관심-교통공학 연구원-김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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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빨강·초록·노랑 신호등이 순차적으로 빛을 발하고 수많은 인파를 태운 차량들은 숨막히게 질주한다.
관청, 상가, 교육·문화시설 등 도시기능이 한곳에 집중된 탓에 문밖에 만 나서면 폭주하는 교통량은 이미 일상성이 되어 버렸고 도로 곳곳에 널려있는 각종 공사와 낮은 도심 도로율은 교통체중 해소의 관건이 되고 있다.
교통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막힘 없이 흘러가는 물과 같은 것이라면 「가고자하는 목적지에 질서를 지키면서 가능한 한 빨리 가도록 하는 일」이 교통공학이 담당해야 할 분야라는 김설주씨(26)-.
실생활과 가장 밀착되어 있으면서, 또 그 때문에 쉽게 계획하고 개선하지 못한다는 그녀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교통공학연구원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필연적으로 질서가 요청됩니다. 물론 관계 전문가나 정책 실무자 모두가 누구나 지키기 쉽고 불편을 주지 않는 교통소통방법을 강구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쇼핑도, 약속도 모두 도심으로만 몰리고 가까운 거리에도 택시를 타는 시민들의 무절제한 습관도 문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직접 교통문제를 체험하고 이를 풀어야하는 실무자로서의 김씨의 지적이다.
여자로서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1호로 건축료 석사학위를 딴 그녀는 「국토공간에 대한 인구 압력, 개발수요증대에 대응할 장기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발족한 국토개발연구원에 작년1월 연구원으로 인사, 실무작업에 임했다.
도시계획이라 함은 상업·공업지구를 포함한 토지 이용, 녹지문제, 환경문제, 교통문제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40대 초반으로 연륜은 짧은 편.
그러나 경제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새 도시건설과재 개발지역이 급증함에 따라 효율적인 토지 이용과 교통문제가 도시계획의 주된 관심사로서 부각되고 있다. 그 중 그녀가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통문제는 크게 교통계획과 교통공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적으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도로를 개통하는 예가 교통계획의 담당분야이고 교통공학은 물리적인 것으로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신호나 도로규격 등을 다룬다.
이러한 도시교통계획 과정을 흔히 UTPS라 하는데 통행인이 어느 지역에서 몇 명이 출·퇴근하느냐를 다루는 교통발생→발생된 인구가 어느 방향, 어느 지역으로 얼마만큼 흩어지느냐를 다루는 지역배분→버스를 타느냐, 택시를 타느냐 등의 수단선택→직선코스냐, 아니면 어디를 경과해서 가느냐의 노선배분이 그것이다.
지난 한햇 동안 그녀는 부산역 이전결정과 도로용량 편람을 담당했다.
김산역이전관계에서 그녀는 수단과 선택의 문제를 중심으로 비용과 편익이라는 각도에서 이전 전과 이전 후의 타당성을 조사했고, 도로용량 편람관계는 종로와 청계천의 차량수를 조사하여 신호등으로 인해 교통이 얼마나 잘 유통되느냐를 케이스별로 통계처리, 일반화를 위한 지침서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를 산출했다고 자부했지만 수학은 현실에서 나타낼 수 없는 것이 많아 어이없이 수정의 단계를 거치곤 합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학문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현장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과거의 문제점들을 명쾌하게 해결했읍니다.』
그녀는 우선 무엇이든지 많이 부딪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남들이 가지 않는 교통공학의 길을 택했을 때도 그 길이 즐거웠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했고, 지금도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우리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은 있으되 부담스럽지 않아 늘 새롭다는 것이다.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교통혼잡 해소에 있는 만큼 그녀는 길을 걷다가도 그저 교통소통이 잘되느냐, 왜 안 되느냐 만을 지켜보고 있다.
선배도 없고 아직까지 후배도 없는, 온통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그녀의 작업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은 보람된 결과를 낳게 되리란 것」을 그녀는 자신하고 있다.
79년 성대 건축과, 81년 연대대학원 건축료를 졸업한 김씨는 문학박사 김지용씨(세종대 ·숙대강사)의 세째딸로 미혼.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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