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자·기자 동행 취재 부산발 교육 혁명] 上. 중앙일보 기자, 과학영재교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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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부산 과학영재학교 물리실험실.

1학년 학생 18명이 4~5명씩 4개 조로 나눠 합동실험을 했다. "물을 이용해 자동차 범퍼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설계를 하라"는 게 실험 과제다. 실험 지도자인 최정곤 교사는 "굳이 따지면 대학교 3학년생 수준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어려운 실험 과제"라며 "그러나 아이들이 조금만 가르쳐도 잘 따라오고 근성도 대단하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라도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민(15)군은 "처음 해 보는 실험이지만 꽤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대부분 학교 수업이 발표 위주고, 학습한 이론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개교한 이 학교의 연구중심 교육과정은 외국 학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개교 3년이 채 안 됐지만 외국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국제 수준의 학교로 탈바꿈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교육청은 최근 이 학교와 학생 2명을 2학기부터 6개월간 유학 보내는 협약을 맺었다. 외국 학생이 국내 고등학교에 한 학기 이상 유학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미국 일리노이 수학과학고교(IMSA) 학생 10명도 2학기에 교환학생으로 이 학교에 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태국 왕립영재학교인 '마이돌 위타야누손'고교 교사 4명과 학생 8명이 지난 4월 18일부터 3주간 이 학교에서 교육받고 돌아갔다. 이 밖에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교육자들이 학교를 방문해 각종 교류 협력에 대해 협의했다. 과학영재교는 중국 칭화대 부속고, 이스라엘 예술과학학교, 러시아 콜모고로프 수학물리고등학교 등 세계 영재교육기관들도 교류 협력을 체결했거나 추진 중이다.

조갑룡 교감은 "교수.교사.학생 5~6명이 1개 연구과제를 해결해 가는 R&E 프로그램 등 과학영재학교의 맞춤식 연구중심 교육과정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외국 교육기관과의 학술 교류, 학생.교사 교류를 더욱 활발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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