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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기자 동행 취재 부산발 교육 혁명] 上. 교육학자, 교육현장 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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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부산 항도중 최지영 교사(국어.오른쪽 뒤)가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과 사전’ 단원 수업을 하고 있다. 이 수업 내용은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공개돼 부산지역 교사.학생들이 함께 활용한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中)가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 정진곤 한양대 교수

미국의 학부모들은 언제든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다. 학부모에게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 이런 일들은 오직 미국에서나 가능할 뿐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장선생님도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교장이 복도를 지나가면서 유리창 너머로 교실을 쳐다보기만 해도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방해하고 감시한다고 항의한다. 이러한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산 분포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수업 준비를 하며 서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이 대학 교수들이 이 과정에 동참해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질 높은 수업을 위해 협의하고 연구하는 것도 감동적이었다.

항도중학교를 방문해 관찰한 '릴레이 수업'을 보면서도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수교사들을 선정해 순서대로 질 높은 수업을 하도록 하고, 이를 인터넷 등으로 널리 보급해 우수교사가 열심히 제작한 질 높은 수업자료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많은 교사가 우수 교사의 수업을 보면서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분포초등학교처럼 굳게 닫혀 있던 교실 문을 활짝 열고 교사.학부모, 그리고 대학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릴레이 수업'과 같은 수업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이 좋은 열매를 맺는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부산에서 자라나고 있는 교육혁명의 씨앗이 무럭무럭 커 아름드리 나무가 돼 우리 교육의 대들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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