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카드 또 꺼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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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의 한 오피스텔 분양 청약 첫날인 13일 오전 전날부터 밤을 새운 청약 희망자들이 분양사무실 앞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창원=연합]

국세청이 13일 또다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늘 그랬던 것처럼 세무조사, 아파트 기준시가 상향조정, 주택담보대출자금 관련 출처조사 등의 무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세무조사는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진정에 다소 보탬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억제, 부동산 공급 확대 등의 대책과 맞물려야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올 들어 각종 개발사업 추진 등에 따른 일부 지역의 아파트와 토지가격 오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 팔 걷어붙인 국세청=국세청은 판교 인근 지역이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로 판단하고 이곳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분당의 경우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6.9%나 올랐다.

국세청은 또 최근 주택담보대출금을 부동산투기에 전용하는 투기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무속인 김모(56)씨는 1999년부터 올 4월까지 본인과 가족 명의로 개포.대치동 소재 아파트 36채와 상가 4채를 매집하면서 자금 출처조사를 피하기 위해 취득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권을 활용해 금융회사에서 무려 134억원을 대출받아 매입자금으로 사용했다. 담보대출금의 이자가 연간 8억원가량으로 추정되나 그가 신고한 소득액은 면세 수준인 1200만원에 불과했다.

또 다른 김모(50)씨는 2003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남편에게서 넘겨받은 자금으로 사채업을 하면서 수도권 지역 아파트 56채를 담보로 확보했다. 그는 이 중 5채를 채무변제금을 대신해 넘겨받은 뒤 3채를 매매해 양도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 효과 있을까=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는 한달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 진정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준시가를 수정 고시할 경우 국세청이 기준일을 6월 초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과세기준일 6월 1일) 부담은 늘지 않는다. 또한 부동산투기지역은 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기준이 실거래가인 만큼 기준시가가 인상돼도 당장 영향이 없으나 상속.증여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정보다는 부동산 대출총량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은은 투기 열풍이 정부의 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잦아들지 않으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대출총량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등의 LTV는 70%로 높기 때문에 이를 하향조정할 여지는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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