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거리공연 55개월 … 성금 1억원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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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청 공무원 세 명으로 구성된 통기타 동아리 ‘한소리회’의 거리공연 모습. [연합]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구성된 통기타 동아리 '한소리회'(회장 이건재) 회원들에게 12일은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백혈병.소아암 환자 돕기' 길거리 공연으로 모금한 돈이 1억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시작한 지 4년 7개월 만이었다.

1994년 결성된 한소리회가 본격적으로 자선 공연에 나선 것은 2000년 11월. 이들은 주로 이천도자기엑스포 전시장과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서 공연을 해왔으며, 올해 4월 23일부터는 매 주말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원 고상범(35)씨는 "무더운 낮시간에는 힘이 들기도 하지만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금함에 정성을 담아주는 모습을 보면 절로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한소리회는 결성 직후 한동안 교도소와 병원을 찾아 공연했으나 2000년 현재의 멤버로 재편한 뒤로는 거리에서 공연하고 있다. 지금까지 백혈병 및 소아암 어린이 26명의 치료비를 정기적으로 지원했으며, 지금도 14명의 어린이를 돕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혜자 및 가족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병원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후원금만 전달한다. 한소리회 후원회장 임택순(46.스포츠의류점 운영)씨는 "어느 겨울날 경기도 수원 장안문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공연하는 한소리회를 지켜보다 자진해서 후원회장을 맡았다"며 "열악한 여건에서도 꿋꿋이 공연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19일 도자비엔날레가 폐막한 뒤에는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 오후 4~8시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여주휴게소와 둘째.넷째 주 일요일 오후 1~5시 이천도자기엑스포 전시장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모금 내역은 한소리회 홈페이지(www.hansori.or.kr)에 공개된다. 이건재 회장은 "우리의 공연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느라 지친 부모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천=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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