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UP] 소품 접착시트 분장 감쪽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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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기 괜찮던가요?"

SBS 미니시리즈'패션 70s'제작을 총지휘하고 있는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가 불안한 듯 묻는다. 아니 왜요? 초반부터 아역들의 앙증맞은 연기가 빛난 '패션 70s'는 시청률 20%를 가뿐히 넘기며 월화드라마의 지존 자리에 앉지 않았는가.

박 이사의 불안은 헬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장면을 찍자니 헬기가 필수였다. 국방부에 협조 공문까지 보내 봤지만 감감 무소식. 결국 민간 헬기를 빌려 군용처럼 '분장'시켰다. 도구는 국방색 접착시트. 도배 전문가를 불러 나름으로 매끈하게 붙였지만 고화질(HD) 카메라를 가까이 대기엔 아무래도 어설펐다. 멀리 배경으로만 잡았는데도 제작진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접착시트 분장은 시대극에서 종종 쓰인다. 당시 열차나 선박을 급히 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철도청에서 통일호를 빌려 노랑.연녹색 접착시트를 붙여 놓으면 이제는 사라진 비둘기호가 된다. 2000년 '황금시대'를 찍으며 부관연락선(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배) 이 필요했을 때도 접착시트가 요긴했다. 3000t급 배를 빌려 카메라가 바라보는 한 면에만 접착 시트를 붙였다. 꼬박 이틀 동안 50명이 동원된 '대역사'였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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