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합격 선에 심한 난조현상-인기과 점수 하강 비 인기과는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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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 전기대학합격자 사정결과 인기학과의 커트라인이 비인기학과의 커트라인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는 등 신입생들의 입학성적이 심한 난조현상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간에도 마찬가지여서 서울대를 제외한 상당수의 명문사학 커트라인이 낮아지고 신흥사학과 지방분교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람에 인기학과나 지방분교를 1지망했다 낙방한 수험생이 2지망한 인기학과나 본교에 합격하는 이변을 낳았고, 안전합격만을 겨냥한 수험생이 많이 낙방한 반면 눈치작전 끝에 배짱 지원한 수험생의 합격률이 높았다.
이는 ▲2,3지망제 신설로 합격가능성이 높아져 2백80점대 이상의 고득점자가 서울대에 집중됐고 ▲2백70점대가 명문사학과 지방명문대에 분산되고 2백50∼2백60점 대 수험생은 이들 대학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 인기학과를 피해 안전 지원했으며 ▲2백30∼2백40점 대 수험생이 그 밖의 대학에서 같은 지원경향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커트라인을 2백80점선으로 예상했던 서울대 자연Ⅰ계열(수학·계산통계학)에 2백30점 수험생이 합격한 반면 같은 자연계열 가운데 예상 합격선이 훨씬 낮았던 자연Ⅳ계열(기상·해양·지질과학)에서는 2백60점이 불합격했다.
연대·고대·서강대 등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했다.
연대의 경우 학력고사 2백80점에 내신1등급으로 예상했던 의예과에 2백54점(내신 4등급)이 합격하는가하면, 예상커트라인이 높았던 경영학과에는 2백30점으로 합격하고, 그 보다 낮았던 행정학과에는 2백56점으로도 불합격했다.
연대에서는 또 학력고사 2백50점의 수험생이 사회학과에 낙방하고, 그 보다 예상합격선이 25점 이상 높았던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고대에서도 1백90점대가 조치원분교에서 오히려 낙방하고 본교 농학계열·식품공학과 등에서 합격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합격자성적분포가 2백60점 대인 영문과에 1백57점 합격자가 나오고, 평균성적이 2백35점선인 교육과와 가정과에 1백70점 합격자도 있었다.
서강대에서는 2백50점이 신문방송학과에 낙방하고 2지망으로 그 보다 예상합격선이 15점이나 높았던 경영과에 합격했다.
성균관대·경희대·한양대·단국대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요행을 잡은 합격자는 점수에 맞춰 1지망을 택하고 2,3지망을 미달가능성을 예상해 인기학과로 한 수험생과 접수마감일인 13일 미달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서를 낸 눈치작전 성공자들인 것으로 일선교사들은 풀이했다.
일선교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요행합격자가 서울대는 비교적 적어 10%이내지만 연대·고대·서강대 등은 20%, 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중앙대 등은 30%, 건국대·단국대·건국대·국민대 등은 4O%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선고교 진학지도교사들은 앞으로 정상적인 진로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완전히 상식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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