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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인맥 얽혀 … 수능 오류 또 나와도 못 거를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올해 수능에서 엇비슷한 오류가 또 나와도 걸러내기 어려울 것이다.”

 전·현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검토위원들의 얘기다. 현재 대학 1학년이 치렀던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판결이 나온 직후다. <본지 10월 17일자 6면> 수능 세계지리 과목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이정록(전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는 “문제에서 오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면서도 “문제의 오류를 검토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오류를 발견하고도 인정하지 않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는 교수·교사진으로 꾸린 출제위원들이 낸 문제를 현직 교사로 구성한 검토위원과 다른 과목 출제진이 수차례 검토하는 방식을 거친다. 지난해 검토위원으로 참가한 한 교사는 “문제가 된 8번 문항은 검토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출제진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 묵살됐다”고 털어놨다.

 출제·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던 한 교사는 “전국 대학의 지리학 교수가 150명이 안 될 정도로 ‘바닥’이 좁아 출제·검토위원이 사제 관계로 얽혀 있다”며 “오류를 지적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데다 검토위원들이 오류를 지적해도 출제진이 묵살하는 경우가 많아 검토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정록 교수는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정되는 건 큰 명예”라며 “한 번 오류를 제기하면 평가원에 찍혀 다음번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발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오류 지적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밤을 새워 가며 검토했는데도 오류를 잡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사람이 문제를 만들다 보니 나온 실수지 검증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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