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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대생들의 ‘원조교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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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돈과 호혜성에 기초한 관계, 그리고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 간의 때로는 모호한 경계선을 조명한다.

테스 우드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조정팀 주장이었다. 프린스턴대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학교 스프린트 풋볼(경량급 선수들의 미식축구)팀의 홍일점이기도 했다. 중앙 수비를 맡았다.

2011년 졸업 후 다른 많은 밀레니엄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지내 왔다. 하루하루 임기응변으로 살아가는 생활이다. 25세의 우드는 소설과 시를 쓰는 작가가 꿈이다. 지난 3 년간 슈가 베이비(sugar baby)로 생활해 왔다. 나이 많은 남성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시간·교제·섹스를 제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하고많은 일 중에 주력하려고 선택한 일이 왜 하필이면 몸뚱이를 가꿔 파는 일일까?” 그녀가 자문했다.

흔히 슈가 데이팅으로 불리는 이 같은 트렌드는 나이 많고 돈 많은 성인(슈가 대디·마마)과 매력적인 젊은 남 녀(슈가 베이비) 사이에 돈이 오가는 만남을 수반한다. 사랑이나 결혼이 목표가 아님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슈가 데이팅의 본질은 원하는 것을 원할 때 갖는 것이다. 슈가 대디와 마마의 입장에선 종종 ‘섹시한 영계(hot young thing)’와의 교제, 그리고 섹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를 주선하는 사이트들은 거의 섹스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슈가 베이비의 입장에선 돈, 근사한 외식, 호화 여행, 그리고 명품 패션이 목적이다.

사치를 떠나서도 슈가 데이팅은 또한 일부 젊은 층의 현실성 있는 경제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학자금 융자를 갚을 수 없거나, 집세를 내지 못하거나, 대학 졸업 후 번듯한 직장을 잡을 만한 실무능력과 경험은 없는데 수습사원 일로는 생활비를 댈 수 없는 젊은이들이다. “수입도 없는데 내가 이런 일에 재주가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우드가 말했다. “내 몸을 다룰 줄 알고, 함께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을 알았다. 그 문제에 관해 전혀 생각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캔디 크러시(인기 모바일 게임)를 하듯이 말이다. 단지 어떤 남자가 나를 찾아오는 결과만 달랐을 뿐이다.

미국 문화에서 남녀관계는 오래 전부터 거래의 성격이 강했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정조, 임신 능력, 그리고 가정에 대한 평생의 헌신을 남성에게 제공했다. 그 대가로 남성은 집·음식·옷 그리고 재정적 안정을 보장했다. 19세기 전반 내내 젊은 남성은 자기 집에서 여성에게 구애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부터 데이트가 유행하게 됐다. 남자가 여성을 불러내 시내에서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한편 여자들은 즐거운 대화와 계산된 애정표현(키스, 애무, 그리고 “운 좋은” 남자의 경우 섹스)으로 보답했다. 데이트 중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거래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었다. 반면 매춘부와 정부(mistresses)는 철저히 거래의 수준으로 전락했다. 돈을 위한 섹스, 또는 사치를 위한 섹스다.

슈가 데이팅이 매춘일까, 아니면 그저 새로운 형태의 구애일까? 찬성파들은 중년남에게 교제 시간을 빌려줌으로써 젊은 여성이 얻는 재정적·사회적·직업적 혜택을 강조한다. “많은 여성이 자신의 계발과 생활양식의 향상을 위해 사이트를 이용한다.” ‘시킹 어레인지먼트(SA, Seeking Arrangement)’의 안젤라 제이컵 버뮤도 홍보부장이 말했다.

인기 절정의 슈가 데이팅 사이트로 손꼽힌다(회원수가 360만 명을 웃돈다). “대디들은 베이비들이 원하는 직업, 대학원, 인턴 일자리를 얻도록 힘써 준다.” SA는 자신들이 주선하는 관계는 섹스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돈을 주는 대가로 어떤 성적 서비스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증거가 보이면 곧바로 사이트에서 퇴출시킨다”고 버뮤도가 말했다.

슈가 데이팅은 아주 많은 사람이 오래 전부터 해온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바로 돈을 보고 하는 결혼이다. 반지를 끼면 거부감이 훨씬 덜 든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반대파들은 매춘이라고 단언한다. 슈가 베이비의 부모들은 대부분 눈에 쌍심지를 켠다. 딸을 힘들게 대학까지 보내 놨는데 생물학 실험 또는 ‘모비딕’ 세미나 직후 곧장 아빠뻘 되는 남자와 저녁식사 그리고 그뒤에 뭐가 됐든 하러 나가다니.

슈가 데이팅은 몇 년 전부터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계속 돌봄 받으며 살아가기(Keeping Up With Being Kept, 뉴욕타임스)’ ‘슈가대디 웹사이트가 여대생들의 성매매를 정당화한다(뉴욕 포스트)’ ‘슈가 베이비들의 은밀한 세계(‘The secret world of the $ugar babies, 코스모폴리탄)’ 등. ABC 방송 시사매거진 ‘20/20’에도 등장했다. 이제 한 23세 여성이 우리 모두에게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파린다 와닛와트는 지난 봄 프린스턴을 졸업했다. 개봉 예정인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대디스 데이트 베이비스(Daddies Date Babies)’의 제작을 담당한다. 뉴욕에서 거주하는 슈가 베이비 여성 5명의 경험·감정·동기의 이면을 깊숙이 그리고 제한 없이 들여다본다. 2명은 대학 재학생이고 2명은 몇 년 전에 졸업했다. 한 명은 박사 과정에 있다. 모두 우리의 조카, 친딸, 절친일 수도 있다. 영화는 슈가 데이팅의 혜택과 위험에 관한 담론을 유발하는 한편 섹스·돈·이성관계에 대한 미국의 문화규범에 반론을 제기하려는 취지다.

“때로는 세상이 우리가 예상하는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와닛와트가 말했다. “슈가 베이비가 꿈도 없이 단지 황금에 눈이 멀었거나 루이뷔통 가방을 탐낼 뿐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또한 슈가 대디는 모두 변태라는 생각도 잘못이다.” 또 한편으론 그녀가 여태껏 촬영한 영상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런 일에 따르는 위험에 관해 사람들이 대단히 무지할지 모른다는 나의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영화 속 슈가 베이비 중 한 명이 말한다. “나는 유럽사 전공이에요. 법학자나 교수가 꿈이지요. 프랑스에서 일하게 되기를 희망해요. 현재 이 ‘일(슈가 베이비)’을 하는 이유는 나중에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기 위해서죠.” 또 다른 여성. “나는 안전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잠깐, 헤르페스가 구강 성교로 전염될 수 있다고요? 제기랄!”

와닛와트는 태국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정부 장학금을 받아 뉴햄프셔 엑세터의 필립스 엑세터 아카데미에서 유학했다. 프린스턴대에 진학해 정치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2013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경영 컨설팅이나 금융 실무지식이 없는” 사람도 가능한 돈벌이 방안을 조사했다. 어느 날 아이폰을 도난 당했다.

새 휴대폰을 장만할 돈이 없었으며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 휴대폰을 사주려는 남자들이 뉴욕에 줄을 섰다고 한 친구가 말해줬다. 나는 ‘무슨 소리?’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그녀가 돌이켰다. “그것이 출발점이 됐다.” 슈가 베이비를 한 적은 없었다. 다만 한때 SA 사이트에 가입해 몇몇 슈가 대디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나중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계정을 폐쇄했다.

와닛와트는 지난 여름 ‘대디스 데이트 베이비스’ 제작에 착수했다. ‘오비털 부트캠프’에 합격한 직후였다. 창의 프로젝트의 출범을 돕는 뉴욕시의 12주짜리 창업보육기관이다. 그녀는 9월 9일부터 킥스타터(소셜펀딩 사이트)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금년 말까지 영화촬영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바쁜 사람들이라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소개하는 5명의 슈가 베이비를 가리켜 말했다. “한 명은 지난주 슈가 대디와 함께 말리부에 가 있었다.”

이 미완성 영화가 벌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와닛와트는 프린스턴대 동문 메일링리스트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반응을 묻고 조언을 청했다. 1977년 졸업한 이른바 프린스턴 맘(Princeton Mom)인 수전 패튼이 답장을 보냈다. “이것은 망신스러운 일이에요. 그들이 슈가 베이비라고? 창녀들이죠. 이런데 학교 이름이 붙는다는 게 정말 끔찍해요.”

우드도 메일을 봤다. “나는 ‘아 맞다, 내가 이런 일을 했는데. 내가 말해줄게요’라고 답했다.”

그녀는 영화에 소개되는 젊은 여성 5명 중 하나다. SA 사이트에서만 슈가 데이트를 했다. 인간시장 겸 성인 디즈니월드 겸 간헐적인 온라인 매음굴 같은 사이트다.

“스스로 조건을 정하는 만남. 아름답고 성공한 사람들이 호혜적인 관계를 키워가는 곳.” 사이트의 슬로건이다. 2006년 출범 이후 수만 명 안팎이던 회원수가 300만 명에 가까운 슈가 베이비, 70만 명의 슈가 대디(평균 연령 42세), 1만 8000명의 슈가 마마(평균 연령 37세)로 불어났다. 중장년층의 회비는 30일에 69.95달러로부터 1년 간의 다이아몬드 멤버십 2049.95달러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학교 이메일로 가입하면 무료 프리미엄 계정을 받는다. 슈가 대디 중 3분의 1가량이 기혼자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해서 관계를 맺기로 할 경우 그 사람과 성관계를 갖기로 합의하는 게 아니다”고 버뮤도가 말했다. ”단지 그 관계에 기여하는 구성원이 되는 데 동의할 뿐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5명의 슈가 베이비(사진 속 인물들 포함)는 돈을 받고 하는 섹스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우드의 입장에선 슈가 대디와의 관계에서 섹스가 본질적인 요소였다. 잭슨빌에서 2명의 남성을 만났다. “한 남성은 기혼자였는데 부인이 섹스를 해주지 않았다. 또 한 명은 24세였는데, 잘 모르겠다, 그냥 기이하고 불만이 많았다. 물건이 상당히 작아서 자신의 애정운에 대체로 불만스러워 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그녀가 말했다. 한 달에 3회 만남을 갖는 대가로 이들 슈가 대디 1인당 한 달에 1500달러씩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첫 만남 이후 모두 관계를 끊어 1000달러의 수입만 올렸다.

그녀는 시카고로 건너가 마케팅 일자리를 잡았지만 결국 그만뒀다. ‘알바’를 하고, 바텐더로 근무하다가 다시 슈가 데이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를 세뇌해 자신의 첩 중 하나로 들어 앉히려던 엄청 징그러운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말했다. 그 경험으로 슈가 데이팅에 환멸을 느꼈다. 그러다가 지난 봄 뉴욕시로 이주했다. 데이팅 코치로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잠재적인 파트너십이 와해되고 말았다.

“쿨한 슈가 대디를 알게 됐다. 우리는 만나서 놀고 섹스를 하며 재미있게 보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만큼 돈을 대주지 못했다.” 한 달에 5000달러를 주기로 약속했지만 6주간 만남의 대가로 1500달러밖에 받지 못했다.

와닛와트의 출시 예정 단편영화 예고편을 감상한 버뮤도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선택한 여자들은 사이트에서 실제로 원하는 유형이 아니다”고 버뮤도가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분명히 돈을 받고 섹스를 제공했다. 우리 사이트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와닛와트가 정말로 이런 관계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려 한다면 왜 전형적인 여성들을 선택했는가? 수입이 변변치 않은 데다 아이들 양육비를 대줄 사람도 달리 없어 사이트에서 슈가 대디를 찾는 싱글 맘도 있다. 또는 순전히 슈가 대디 덕분에 대학원에 진학한 대학 졸업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버뮤도가 말했다.

와닛와트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슈가 데이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자극해서 생각하고 토론해 나름의 결론에 이르도록 하고자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우드는 슈가 데이팅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거짓된 친밀감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내가 자신들에게 애정이 있는 척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아 나로선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들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만한 가치가 없었다. 섹스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그런 척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 짓을 계속할 수 없었다.”

ABIGAIL JONES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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